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강윤중 / 서해문집 / 328쪽 / 1만3천900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할 때 ‘진짜’ 세계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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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동안 한 일간지의 사진기자로 일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무기력과 냉소에 맞서는 사진, 불편한 진실과 편견을 깨는 낯선 생각을 권하는 사진을 소개한다.

 ‘과연 내 생각이 옳은 생각일까’라는 물음에서, 무지와 그로 인한 숱한 편견을 인정하는 것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단순히 사진을 찍는 기자가 아닌, 우리 시대 편견을 타파하고자 하는 기자로서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어 글도 남다르다.

 저자는 ‘막장 드라마’, ‘막장 사회’ 등 모두들 참 쉽게 ‘막장’이란 말을 내뱉을 때 지하 400m, 섭씨 30~40도를 오르내리는 진짜 막장으로 들어가 탄광촌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생생한 현장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남겼다. "막장이라는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아이가 부모 직업란에 광부라고 당당하게 쓰지 못한 현실이 슬프다"는 한 광부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힘든 직업보다 타인들의 시선이 만들어 놓은 왜곡과 부정적 이미지가 더 불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마주할 낯선 생각들 중에는 난민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난민 문제가 전 세계 이슈로 떠오른 지금, UN 설립 후 최초로 도움을 받은 난민이 바로 한국의 난민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한국 사람들도 한국전쟁 때 난민이었어요. 언제나 누구든 난민이 될 수 있어요."

 한국전쟁 당시 우리를 도왔던 나라 중 라이베리아 등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이를 잊고 지냈던, 난민 문제에 무관심한 우리들을 겸연쩍게 만든다.

 이 책의 사진과 글을 보면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자신의 편견과 마주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우리)는 가난하지 않아 가난한 이의 한숨을 모르고, 이성애자라 동성애자의 고통을 모르고, 늙지 않아 나이 든 어르신의 외로움을 모른다. 죽음을 부르는 병에 걸린 적이 없어 죽음을 앞둔 이의 두려움을 모르고, 남의 땅에서 일해 보지 못해 이주노동자의 절망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안다’ 또는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무지와 편견으로 무장한 채 누군가의 삶에 대해 참 쉽게 말하며 살아온 것이다."

출항기

한기홍 / 진원 / 149쪽 /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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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작가인 한기홍 갯벌문학회장의 창작집 「출항기(出港記」가 최근 출간됐다.

2010년 제4회 해양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인 ‘출항기’ 등 문단에 발표된 시와 수필을 엮어 이번에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인천 계양구 사무관으로 공직에 종사하다 보니 창작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웠다"면서도 "1969년부터 인천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지내온 반생(半生)에 대한 삶의 궤적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상의 원천을 바다로 삼고 있는 저자답게 바다 이미지들과 토속적 풍물들을 파노라마처럼 이번 창작집에 펼쳐냈다.

바다의 생물, 출항과 귀항, 어촌, 풍어제, 갯가의 주막 등 각기 다른 에피소드에 남다른 생명적 정감을 쏟아냈다는 평이다. 또 오징어나 따개비, 바지락국 등을 노래한 ‘집어등’, ‘영흥도 바지락국’, ‘아침, 인천 도원동’의 작품이 눈에 띈다.

문학평론가인 문광영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저자의 바다 체험에서 빚어진 독특한 시적 사유와 애상적 이미지를 통해 특유의 원초적 삶의 정서와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고 평했다.

출판기념회는 19일 오후 6시 30분 인천 천년뷔페웨딩홀 계산점에서 연다.

인천, 소설을 낳다

김진초·양진채 등 6인 / 케포이북스 / 272쪽 / 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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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의 근대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인천을 다룬 소설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반갑게도 인천을 배경으로 한 9편의 단편소설을 작품집으로 묶은 「인천, 소설을 낳다」가 최근 나왔다.

 인천이 ‘2015년 세계 유네스코 책의 수도’로 지정되면서 지원을 받아 발간된 소설집으로, 양진채 학산문학 편집주간을 비롯해 김진초·이목연·구자인혜·신미송·정이수 소설가의 작품이 실렸다.

 인천의 부두, 신포동, 백운역 주변의 다다구미, 송도신도시, 자월도, 강화 고려산, 효성동 2번 종점, 십정동 여우재길, 쓰레기매립지 등 인천의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소설의 중심 이야기로 등장한다.

 양진채의 작품「검은 설탕의 시간」은 부두노동자였던 아버지의 밑바닥 삶과 그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형에 대한 이야기를, 이목연의 「거기, 다다구미」는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백운역 주변의 다다구미를 통해 미군부대 주변에서 기생해야 했던 사람들의 과거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신포동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가 김진초의 「너의 중력」, 송도신도시에 사는 이들의 욕망과 소외된 이의 삶을 도심 자동차 경주를 통해 표현한 신미송의 「서킷이 열리면」 등 역시 인천의 자화상을 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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