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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희 교수
가족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누가 간병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의 정서는 집안에 환자가 생기면 가족이 간병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유교적 가족주의의 독특한 간병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핵가족화와 더불어 여성의 사회참여 등의 사회 환경변화로 인해 간병 문제는 치료비 부담과 더불어 가족의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와 갈등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하루 7만~8만 원의 비용은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게 되며, 가족이 간병을 하다 보면 보호자는 병실 환자 침대 아래 간이침대에서 생활하게 되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족의 투병으로 겪어야 하는 간병인 비용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간호인력(간호사·간호조무사)이 환자를 직접 케어하는 포괄간호서비스 제도, 즉 ‘보호자 없는 병원’으로 불리는 ‘포괄간호서비스’ 확대로 그 동안 환자나 가족이 부담해야 했던 간병을 병원이 책임지기 때문이다.

 포괄간호서비스를 받는 입원환자는 1일당 입원비용을 약 3천800원에서 7천400원 정도 추가부담하면 마음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사업은 2013년 7월부터 13개 병원이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28개 병원으로 확대되었다.

 그동안 추진된 시범사업에 대해 고려대의 용역 평가결과 환자 1인당 간호제공 시간은 일반병동보다 1.7배 증가했으며, 환자의 욕창 발생률은 75%, 낙상사고는 19% 감소했다. 또 환자가 치료와 안정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가 일반 병동 대비 10% 이상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이용환자의 85%가 주위에 권하거나 다시 이용할 의사를 밝히는 등 긍정적 반응과 함께 의료 인력의 만족도 또한 일반병동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부터 국고지원이 아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시범사업으로 전환되어 지방 중소병원부터 확대 시행하고 있다.

또한 6월부터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포괄간호병동의 입원료 기본수가를 최대 39%까지 인상하고, 야간 전담인력과 내과·소아과·정신과 수가도 인상하는 제도적 개선도 이뤄졌다.

연말까지 100개 이상의 병원 참여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2018년부터 본격 시행하려고 했던 포괄간호서비스 사업을 메르스 사태를 통해 내년부터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2018년까지 1천804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1개 이상의 포괄간호서비스병동을 갖추게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포괄간호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간호사 인력의 수급이 관건이라 할 것인데,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활동 간호사는 2012년 4.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7명의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병원내 감염관리 수준을 높이고 간병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포괄간호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향후 4년간 5만5천명 가량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의 효과가 있는 포괄간호인력을 확보하고 지방병원의 간호인력 이탈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호사·간호조무사 신규면허자가 연간 5만명을 넘지만, 출산·육아 등을 이유로 일을 그만둔 30~40대 장롱면허자의 재취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마련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시대에 포괄간호서비스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통해서 모쪼록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옛 속담으로만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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