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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연수구를 거닐면 아직도 베란다 대형 유리에 알파벳 X자 테이프가 붙은 집이 있는 걸 더러 보게 된다.

 추석 연휴를 앞둔 2010년 9월 백령도에서 한반도 허리를 관통한 태풍 곤파스로 베란다 새시와 유리가 속수무책으로 부서졌던 경험을 가진 연수구 주민들은 이듬해 태풍이 다가온다는 소식에 놀라 미리 테이프로 유리를 보호하려 했고, 아직 그 흔적이 남은 것이다.

이후 이렇다 할 피해를 준 태풍은 인천을 지나가지 않았다. 앞으로는 어떨까?

 인천은 이제까지 자연재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지역이다. 해마다 한반도로 다가오는 대여섯의 태풍은 남녘을 스치거나 관통할 뿐 인천에 큰 피해를 안기지 않았다. 황해의 좁은 회랑으로 태풍이 다가오기 어려운 걸까? 다가와도 인천 앞바다의 크고 작은 섬들이 충격을 완충하고 드넓은 갯벌이 해일의 파고를 낮췄을 것이다.

 1995년 태풍 제니스가 매립 중인 연수구 앞바다를 휩쓸어 4년 간 채취할 수 있는 갯벌 속의 동죽을 몰살시켰어도 인명과 재산 피해는 없었는데, 지금 그 갯벌을 송도신도시가 차지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마산을 휩쓸었던 그때도 추석 연휴였다. 육지로 500미터 넘쳐 들어온 해일이 상가를 덮쳐 18명이 사망했는데, 바다를 매립하지 않았다면 입지 않을 피해였다.

영겁의 세월 동안 다가왔던 풍파가 만든 리아스식 해안은 가장 안전하지만 우리도 일본처럼 개발의 소용돌이를 피하지 못했다.

 인천이 그 정도가 심한데, 한빛핵발전소를 비롯해 수많은 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인 우리 서해안은 내내 안전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로 태풍은 더욱 강력해지고 발생도 잦아졌다.

 발전소에서 막대하게 배출하는 온배수가 태풍을 끌어들인다는 주장이 있는데, 중국 동해안의 수많은 발전소에서 쏟아지는 온배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자연재해를 막아주던 갯벌을 광대하게 매립하고 들어앉은 송도신도시는 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10년 광화문은 시간 당 75㎜의 강우로 물바다가 되었다.

갯벌에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바뀐 매립지에 그 이상의 비가 내리면 지하로 흡수되거나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한 빗물이 삽시간에 건물 지하로 스며들 수 있으므로 송도신도시는 완충시설을 갖추었을 것이다.

물길이 넓은 센트럴파크가 그 역할을 담당할텐데, 어느 정도 완충해줄지 궁금하다. 1998년 강화는 하루 600㎜가 넘는 폭우에 무너졌는데, 송도신도시라고 예외일 리 없다. 아니 최첨단인 만큼 더 위험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더욱 강력해지는 강우와 폭풍, 해일과 쓰나미는 세계 곳곳을 걷잡을 수 없게 황폐화시킨다. 송도신도시의 외곽 21㎞를 물길로 연결하겠다는 ‘송도워터프런트 사업’은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재해를 완충하는 시설이어야 한다.

 해수면보다 얼마 높지 않은 매립지에 올라선 최고급 건물들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를 강타한 쓰나미에 속수무책일 텐데, 태풍 매미 이상의 해일에 충분히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한번 휩쓸고 나면 송도신도시의 최첨단 건물과 시설은 이후 폐허가 될지 모른다. 현재 송도신도시에 추진하는 워터프런트 계획은 재해 완충을 염두에 두고 있을까?

 인공해반, 해변 산책로와 공연장, 마리나 시설, 경정장, 해양 레포츠 시설, 생태공원들로 계획된 송도워터프런트 사업은 "명품 수변공간으로 도시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단꿈에 젖었는데, 민간투자라서 그런지 재해 완충 개념은 설계에 아예 없어 보인다.

 6천억 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할 민간자본은 수익을 먼저 고려할텐데, 재해 완충을 앞세우면 투자자가 모이지 않을 거라 여길지 모른다. 화려한 청사진을 보고 근사한 상가나 레저시설을 분양 받으려 모여든 이들은 자칫 한순간 버림받을 수 있다.

 재산은 물론 생명도 건사하지 못할 수 있다. 민간자본은 손해가 예상되는 사업에 관심을 가질 리 없다.

화려한 사업 계획을 막연히 믿고 모여든 투자자들이 나중에 입을지 모르는 손실을 감당할 수 있으려면 송도워터프런트 사업을 심의할 인천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재해에 대비한 충분한 장치가 있는지 철저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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