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연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정부가 경제를 주도했다. 오늘날 국가산업단지로 불리는 많은 산단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자동차와 조선업의 메카가 된 울산미포산단은 1967년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이끌어 온 구미산단은 1969년 착공돼 1973년에 준공됐다. 또한 1979년 완성된 여수국가산업단지는 연간 생산액이 100조 원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석유화학단지로 발전했다.

 전국 40곳에 육박하는 국가산업단지는 우리나라의 빠른 공업화와 경제성장의 주춧돌이 됐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가 되면서 국가산업단지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울산이나 여수 등은 여전히 국가 기간산업의 메카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해 경기도 안산·시흥스마트허브(시화·반월산단)이나 인천 남동인더스파크(남동산단) 등은 노후화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 산단들이 어려움을 겪는 데에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로 더 이상의 지원과 투자유치가 어려웠던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정권들에서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혁신도시, 기업도시, 첨단복합단지 등 새로운 형태의 지방분산 지원책이 이어진 것도 수도권 산단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조업을 이끌어 온 남동인더스파크 등 수도권 산단들을 이대로 쇠락의 길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수도권이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하며, 남동인더스파크 등에는 그 엔진으로서의 역할이 다시 맡겨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기업 및 관련 기관들이 힘을 합쳐 남동인더스파크의 혁신을 이뤄야 한다.

 최근 남동인더스파크에는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은 부품소재나 기계 등을 주로 해외에 수출하거나 수도권 지역의 대기업에 납품한다.

 이를 위해서는 효율적인 교통물류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측면에서 큰 호기를 맞고 있다. 몇 년 전 제3경인고속도로가 개통된 데 이어 올해 인천신항이 문을 열었다.

특히 남동인더스파크 입주기업 중 70~80%가 부산항 등 타 항만을 이용해 온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이 기업들이 가까운 인천신항을 이용하도록 항로를 다양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시책이 이어져야 한다.

 남동인더스파크의 또 다른 변화는 기업들의 주력 업종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조립금속업종 중심의 많은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중국 등 해외로 옮기면서 그 공간에 영상음향·정보·통신·의료·정밀·광학기계·전기전자·컴퓨터주변기기 등 첨단 벤처기업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외부와 내부의 변화를 남동인더스파크의 혁신으로 이끌어야 한다. 필자는 이를 위해서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는 ‘융합’이고, 다른 하나는 ‘네트워크’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산업과 기술의 융합은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기계기술과 전자기술을 융합해 메카트로닉스 산업이 형성됐으며 최근에는 IT와 신소재, 바이오와 로봇기술의 융합도 일어나고 있다.

 남동인더스파크에는 금형이나 자동차부품 등 뿌리산업의 기술 기반이 축적돼 있어서 이를 새로 입주하는 기업들의 벤처기술에 융합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남동인더스파크의 업종 구조고도화로 연결돼 산단의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다.

 다음으로 남동인더스파크 기업들이 내부에만 국한하지 말고 외부의 업체 및 연구기관들과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이렇게 네트워크를 형성해 많은 신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 클러스터는 이미 세계적으로 대세가 된 지 오래다.

 국내 산업단지 중 남동인더스파크는 입지 여건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으며, 주위에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파트너가 많다. 예를 들어 인접한 송도국제도시 내의 대학교와 연구기관 등과 연계한다면 ‘송도는 연구개발하고 남동은 생산하는’ 체제를 갖춰 경쟁력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올해로 남동인더스파크가 출범한 지 30년이 지났다. 그간의 30년은 우리나라 산업화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했다. 이제는 혁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앞으로의 남동인더스파크 30년은 대한민국 재도약의 주춧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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