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김영란 / 창비 / 308쪽 / 1만5천 원

오랜만에 법률 서적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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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인을 위한 법률 교양서로 마땅한 게 별로 없는 가운데 국내 최초의 여성 대법관인 김영란 전 대법관이 쓴 책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가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판결을 다룬 책으로, 우리 사회의 향방을 좌우한 결정적인 사건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04년부터 6년간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평가를 받은 저자답게 참여한 중요한 판결들을 꼽아 각각의 판결들 속에서 진행된 논쟁의 과정을 보여 주며 진보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책 제목처럼 ‘판결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의미가 강하다.

 이 책에 나오는 판결들의 제목만 소개해 보면 2008년 존엄사와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를 불러일으킨 ‘김 할머니 사건’(1장),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를 다룬 ‘삼성 사건’(2장),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포털사이트 명예훼손 사건’(3장),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K군 사건’(4장), 사학 비리 ‘상지대 사건’(5장), ‘성전환자 성별정정 사건’(6장) 등이다. 또 생활과 밀접한 ‘출퇴근 재해 판결’(9장)과 ‘퇴직금 분할지급 사건’(10장) 도 있다.

 9장 출퇴근 재해 판결을 놓고 보면, 출퇴근하면서 당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볼 것이냐와 관련해 인정 범위 문제가 최근까지도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저자 김영란 전 대법관은 당시 대법원 판결의 다수 의견이 산재보험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들어 산재보험 보장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아 아쉬움을 남겼다고 주장한다. 또 이 판결로 인해 이후 입법 과정의 진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사법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남겼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법의 해석과 적용에 고정된 정답은 없으며, 조금 더 합리적인 결정을 찾기 위해 애쓰는 것이 재판관의 역할이라는 법률가다운 결론을 내린다.

 이와 함께 이 책은 법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과 논의, 판결 이후의 변화, 비슷한 외국의 사례, 연관된 문학작품·영화 등을 두루 살펴 자세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곁에 서다

김중미·권해효 등 8인 / 현실문화 / 272쪽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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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중미, 배우 권해효, 판화가 이윤엽, 다큐멘터리 감독 김일란, 의사 공유정옥, 변호사 권영국, 목사 임보라, 가수 윤영배 등 사회운동가들이 한 시민학교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한국 아동문학의 대표작인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저자인 동화작가 김중미가 인천 만석동에 공부방을 열고 만난 아이들의 삶을 다룬 글들이 ‘가난한 마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란 제목으로 소개된다.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배우 권해효도 ‘세상을 바꾸는 싸움을 위한 스파링’에서 내가 행복한 일, 내가 재미있는 일 등의 이야기를 전한다.

국가와 법에 의해 추방당하고 소외된 사람들 곁을 지켜온 8명의 공동 저자들이 말하는 내용은 한목소리다. 불행한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와 이웃 사이의 다리를 잇는 일, 바로 이 책 제목처럼 누군가의 ‘곁에 서는 일’이라는 것이다.

선대인의 빅픽처

선대인 / 웅진지식하우스 / 300쪽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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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대, 경제성장률 2%대의 저성장 시대를 살아본 적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내리막 세상에서도 투자 기회는 있다."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의 패널로 활동 중인 투자전문가 선대인이 ‘저성장 시대의 생존 경제학’이란 주제로 책을 펴냈다.

저자는 저성장 시대의 경제관념과 자산 운용은 이전과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주목해야 할 10가지 요인의 머리글자를 딴 빅픽처(BIG PICTURE)에 대해 설명한다. 바이오 헬스케어(B)·금리(I)·녹색산업(G)·석유(P)·인도(I)·중국(C)·기술기업(T)·미국(U)·리스크(R)·환율(E)이 바로 기회요인으로, 얽히고설킨 이 10가지 요인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해야 경제의 큰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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