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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기 칼럼니스트/작가
‘UNSUNG HERO’란 뜻은 노래되지 않은 영웅이란 뜻이다. 그 유래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호메로스’에서도 나타나듯이 영웅들은 모두 시가(詩歌)로서 노래되었기 때문에 그 말이 나왔다. 우리는 ‘UNSUNG HERO’라는 단어를 박지성을 통해 알았다.

박지성이 당시 세계 최고의 축구명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들어갔을 때 우리 국민들조차 아시아인들에게 유니폼을 팔기 위한 세일즈 차원에서 박지성 선수를 영입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는 호날두와 같은 화려한 발기술도 없었고, 루니와 같은 득점력도 없었다. 평발과 평범한 외모, 작은 키와 작은 몸매, 수줍음, 어눌함, 정직한 플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플레이로 대중들의 눈에 띠지 않았다.

 너무나 한국인의 전형적인 모습과 심성, 아니 바로 우리 자신이었기에 우리 모두는 박지성과 함께 그라운드를 뛰며 안타까움과 초조함, 기대감과 기쁨을 함께 누렸다. 박지성이 들어간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들어가면 맨유가 승리하지만 그가 빠지면 맨유가 졌다. 결국 그는 일곱 시즌을 맨유에 있으면서 13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려 지금은 맨유의 레전드가 되었다.

 나는 또 하나의 UNSUNG HERO인 박어둔(朴於屯)을 소개하고 싶다. 난 지난 2년간 박어둔이라는 독도 지킴이와 씨름했다. 나와 같은 고향인 울산 출신 어부로서 독도의 수호자인 박어둔에 관한 이야기는 부산외대 김문길 교수를 비롯한 학자들이 발굴한 자로 그의 연고지인 울산, 울진, 울릉도에서 서서히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먼저 독도에 잠시 이야기하고 싶다.

 2013년 일본 역사교과서 21종 중 15종에서 ‘독도는 원래 일본 땅인데 한국이 강제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올해(2015)부터는 일본 초등학교 5, 6학년 모든 사회역사교과서(검인정 6권 전부)에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장차 일본 아이들이 커서 독도에 대한 어떤 인식을 가질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반면, 독도의 수호자 박어둔의 이름은 우리 역사 교과서에는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것을 기념하는 ‘다케시마의 날’에 총리의 아들이 버젓이 참석하고,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문제를 제소하겠다고 우리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나는 박어둔에 관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울릉도와 독도는 고대로부터 의심할 바 없는 우리 조정의 강토였다. 그런데 임진왜란 때 독도 울릉도를 침입한 후부터 일본이 점유해 도쿠가와 막부의 비호 하에 호키주 태수가 오야가와 무라카와가에게 제멋대로 봉지를 주는 해괴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조선 조정은 공도정책을 취해 1∼2년에 한번 삼척첨사로 하여금 쇄환(刷還, 거주지 이탈자를 다시 원거주지로 돌려보냄)만 할 뿐 울릉도와 독도가 왜인의 봉지가 된 것조차 몰랐다.

그러나 이 두 섬을 안용복과 박어둔, 울산어민과 이 땅의 민초들이 왜의 독도 침범에 온몸으로 항거하고 지켜 오늘날 우리 땅이 된 것이다.

 난 박어둔의 이름에 주목했다. 경주 박씨 명문가에 태어난 박어둔의 어릴 때 아명이 박업둔(朴於叱屯), ‘업둥이’라는 사실에 착목하면서 온갖 상상력이 작동했다.

대대로 양반가에서 태어난 그가 왜 업둥이란 이름으로 자라야 했던가에서 소설의 첫 매듭이 풀려나기 시작했다. 결국 부모가 역적이 되고, 박어둔은 부모를 밀고한 종 천막개의 집에 업둥이로 들어간다는 첫 구도가 만들어지자 머리와 가슴이 흥분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박어둔이 숙종의 태어난 해인 1661년에 동시에 태어난 것이 또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숙종이 땅의 임금이라면 안용복과 함께 울릉도와 독도를 지킨 박어둔은 바다의 임금이 아니겠는가. 숙종과 맞먹는 바다의 제왕 박어둔의 캐릭터가 그려졌다.

 셋째 한 때 아시아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국제항 울산항이 상상력의 배경이 되었다. 울산은 내 고향이다.

 어릴 때 방어진 울산조선소에서 건조한 큰 배들이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먼 바다를 향해 떠나는 것을 보며 자랐다.

 신라시대 때부터 아랍까지 연결되었던 국제항인 울산항에 걸맞는 역사적 인물을 발굴하려고 노력했는데 운명처럼 박어둔이 나타난 것이다. 안용복과 함께 독도를 지켜낸 UNSUNG HERO 박어둔과 함께 한 지난 3년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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