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엽.jpg
▲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현재 인천은 ‘인천만의 가치’를 재발견, 재창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가치를 재창조한다는 것은 새로운 요소를 발굴하는 뜻도 있겠지만, 이미 인천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재정립하는 의미도 있다.

따라서 이 시대 ‘인천 가치 재창조’는 2030여 년이 넘는 오랜 인천 역사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5년 재조명해 봐야 할 역사적 가치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집적하고 정리해 온 ‘인천시사편찬위원회’가 구성된 지 50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지난 50년 동안 인천은 괄목할만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당시 인천은 한국전쟁 후의 경제적 혼란과 재건기를 거치면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수출주도형 공업화 정책을 통해 항만임해공업도시로 발전하게 되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일본인 도시로 성장해온 강점기의 역사를 어떻게 청산, 극복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근본적으로 일본인 중심의 인천 역사서인 ‘인천부사’(1933)를 개편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 시점이 1965년이었다. 외지에서 많은 인력이 유입되던 시기였기에 희박한 향토애를 고취하기 위해 제12대 윤갑로 시장은 ‘시민의 날’을 제정하고, 시 ‘휘장(徽章)’과‘시민헌장’을 선정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고일, 이강로, 이경성, 최성연 등 향토사가를 중심으로 시사편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경제개발이 대전제였던 시대 과제 속에 지역사에 대한 관심과 여건이 열악했음에도 인천사 자료를 수집하고 편찬했던 것은 시사편찬위원회의 남다른 사명감과 역할이었다.

 시사편찬을 위한 처음 시도는 1956년부터 있었고, 9년 뒤인 1965년 시사편찬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 연구의 축적이나 지방사 편찬의 경험 없이 하루아침에 개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무려 17년이 지난 1973년에 비로소 최초의 ‘인천시사’가 편찬되었다.

그리고 1973년 이래 ‘시사(市史)’는 10년마다 증보되면서 1983년, 1993년, 2002년, 2013년까지 5차례의 발간이 이어져 왔다.

 인천은 B.C.18년 ‘비류의 미추홀’로부터 2030여 년, 조선 태종 13년(1413) ‘인천’ 지명 탄생으로부터 6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공간이다. 그동안 인천이 어떤 곳인지, 그 ‘정체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 왔고, 지금도 궁금해 하고 있다. 현재 지향하는 ‘인천 가치 재창조’도 바로 그러한 맥락이다.

 최근 인천시사편찬위원회 구성 50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인천 역사의 중요한 2가지 주제를 통해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였다.

그 한 주제가 전근대 인천 역사의 발상지 ‘문학산’의 지역에서의 위상을 가늠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의 주제가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장소’ 문제였다.

 특히, 근대 개항을 앞두고 1882년 인천에서 체결되었던 ‘조미수호통상조약’은 서구와 맺은 최초의 조약으로 이후 서구 각국과의 조약에 준거가 되었던 중요한 사건이다.

 따라서 조약의 비중이나 장소의 정체성은 인천 지역의 오랜 과제로 체결 장소의 정확성과 조약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은 인천 지역사 정립의 올바른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에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당시 조선을 대표했던 태극기가 최초의 것이라는 사실 확인은 인천이라는 공간의 중요성을 발견할 수 있는 가치 재창조의 또 하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재조명’은 인천 역사의 가치를 발견하는 방법론이다. 지금도 인천은 변화·발전하고 있고, 어려운 재정문제 등 풀어야 할 현안사항들도 있다.

그러나 지난 인천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보다 더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해 왔음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의 질곡(桎梏), 광복 후의 혼동, 한국전쟁에서의 상처를 고스란히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그 어느 도시보다 근·현대화의 초석이 된 공간이 인천이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인천 역사 속을 관통하고 있는 인천인의 ‘도전적 개척정신’이 있었다.

이제 역사 속 인천인의 정신을 바탕으로 ‘산업도시 인천’을 넘어 2030여 년 오랜 역사가 숨쉬고 있는 ‘역사도시 인천’을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이 시대 ‘인천 가치 재창조’가 아닌가 생각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