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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뻑은 나의 힘

이외수 / 해냄출판사 / 252쪽 / 1만3천800원

"아무리 잘난 놈들이 그대 앞에서 꼴값을 떨어도 그대여 기죽지 말라. 그대가 바로 우주의 중심이니까."

작가 이외수가 그동안 강조해 온 ‘존버 정신(끝까지 버티기)’에 이어 ‘기죽을 때마다 외치자 자뻑은 나의 힘’이라는 주제로 한 권의 책을 펴냈다.

「자뻑은 나의 힘」은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은 긴 머리를 하루아침에 싹둑 자른 이외수가 항암치료 중에 집필한 글과 직접 그린 그림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자뻑’은 한자 ‘자(自)’에 우리말 ‘뻐기다’가 합쳐진 속어로 ‘자기 자신에게 도취돼 정신을 못 차린다’ 또는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이 책에서의 ‘자뻑’은 의미가 좀 다르다.

저자는 움츠러들 때마다 정신을 꼿꼿하게 세워 주는 구호가 자뻑이라고 말한다. 남에게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는 지나친 과장이 저자가 말하는 자뻑은 아니다. 자신에 대한 신뢰감과 함께 풍자와 해학이 곁들여진 자뻑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의지와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위암 판정을 받고 고생한 경험담도 이어진다. 암세포가 몸을 쇠약하게 하고 마음마저 지치게 하는 상황에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자뻑)만으로도 많은 위안을 얻고 병을 이겨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낼 때마다 그가 실행에 옮긴 자뻑 행동도 소개된다.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거울 보기’, ‘단정하고 깔끔하게 머리 자르기’, ‘밝고 화려한 색의 옷 입기’ 등등.

투병 중에 집필한 책이지만 날카로운 비평도 여전하다. 저자만의 유쾌한 화법으로 사회에 던진 독설 중 하나를 소개해 본다.

"제 혈액형은 소문자 트리플 aaa형입니다. 남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배려하고 조심하면서 인생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세상은 aaa형들이 살기에는 너무 많은 고역과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남이야 죽든 말든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족속들, 또는 개뿔도 없는 주제에 남을 헐뜯고 모함하는 즐거움으로 사는 족속들. 한마디만 해 주고 싶습니다. 제발 사람인 척은 하지 말고 살아라."

가난을 팝니다

라미아 카림/ 오월의봄 / 390쪽 / 1만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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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의 사회운동가인 무함마드 유누스는 자신의 돈을 무이자로 빈민들에게 빌려주다가 마이크로 파이낸스(무담보 소액대출)라는 프로젝트를 제안, 1976년 만든 그라민 은행을 통해 빈곤 퇴치에 앞장선 사람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이후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전 세계에 확산됐다.

‘빈민을 위한 은행’을 표방하는 그라민 은행 모델로 방글라데시의 빈곤 상황이 나아졌는지에 대해 연구한 저자 라미아 카림 오리건대학교 조교수의 대답은 ‘노(No)’이다.

방글라데시 태생의 그는 그라민 은행 등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관은 자본주의 대안은커녕 빈곤의 악순환을 더 가속화하는 역할을 해 왔다고 단언한다.

마이크로 파이낸스 대출을 받고 새로운 형태의 종속이 생기면서 빈민 여성들의 삶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그라민 은행은 가난을 파는 기업일 뿐이라는 주장도 편다.

지운하의 유랑예인 60년

지운하(구술)·이영재·서종원 / 채륜 / 294쪽 /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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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꼭두쇠이자 남사당계의 산증인인 지운하 명인의 예술인생 60년을 기리는 회고록이다.

10차례가 넘는 인터뷰를 통해 지운하 명인의 출생부터 전 세계를 돌며 풍물을 알린 후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이뤄져 있다. 부모를 따라 인천으로 이사와 예인의 길을 꿈꾸며 남사당에 입문하게 된 계기 등이 1장에서 소개되고, 2장에서는 인천의 대성목재 단원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월남전 위문공연에서 장구가 없어 가죽을 대신해 군인이 입는 판초우의로 즉석 장구를 만들어 연주했던 일화도 꺼내 놨다.

이어 해외 공연과 함께 선운각과 워커힐호텔 등 국내에서 활동하던 이야기는 3장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고 고향 인천으로 돌아와 계양구립예술단 풍물단 예술감독 등을 맡아 남사당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그의 최근 활동은 6장에서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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