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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주 사회2부
동국대 이사장과 총장 퇴진을 요구하던 김건중 동국대 총부학생회장이 50일 단식 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가는 모습을 보면서 동국대 동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다.

 1년 가까이 학내 분규가 이어졌던 동국대 사태가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 전원의 사퇴 결의로 소강 상태로 들어갔다. 하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불교를 움직이는 스님들이 사립대학의 총장과 이사장이라는 감투에 왜 그리들 연연해 하는지? 학생들에게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의 화두를 가르치는 게 먼저가 아닌지 아쉬울 따름이다.

 50일의 단식투쟁 등 극한의 방식밖에는 없었느냐는 반응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 대학사회의 불통문화는 바뀌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어느 조직이든 이 사회는 소통이 안 돼서 문제다.

 진정한 소통이란 나를 비우고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나를 비우지 않고서는 상대방은 단지 나를 위한 도구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내 욕심을 채우고 체면을 세우기 위해 그를 이용하는 것이다.

 자신을 비운다고 해서 그것이 상대방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또한 나의 입장은 완전히 무시한 채 상대방의 입장만 생각해 모든 것을 들어주라는 것도 아니다.

 나의 욕심이나 체면이 아닌, 오로지 나와 그의 관계에 대한 진정한 마음으로 공감하고 나누자는 것이다. 그럴 때 관계는 욕심과 체면이 아닌 관계 그 자체에 충실해진다.

 만약에 하느님과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다면 신부님, 목사님, 스님을 찾아오실까? 아닐 것이다. 분명히 저 어둠 속에서 힘들어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제일 먼저 찾아가 손을 잡아 주실 것이다. 그리고 같이 울어 주실 것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성탄절로 길에는 캐럴과 트리로 분주하다. 힘들고 어려운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서민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주는 따뜻한 계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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