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남자들이 아닌 여류 작가들로만 구성된 ‘굴포문학회’라는 문학회가 유명하다. 작가로서의 열성과 실력은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에까지 알려질 정도다. 이 모임에 소설을 쓰는 작가들만 따로 모여 지난 2004년 소설가 동호회 ‘소주한병’이 결성됐다.

최근 한 명의 작가가 빠졌지만 ‘소주한병’의 여섯 여류 소설가들이 인천을 배경으로 쓴 9편의 단편소설을 작품집으로 묶은 「인천, 소설을 낳다」가 인천에서 화제다. 여기에 ‘검은 설탕의 시간’과 ‘아직, 코스모스’ 두 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가 양진채(49)를 만나봤다.

"결혼 후 한 선배의 조언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스카 라인’으로 등단했으니 사실 늦깎이 작가 맞죠. 하지만 제 세상의 중심이 소설이라고 말할 정도로 소설에 대한 열정이 크죠."

그의 말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꼴 모이는 7인이 소주 한 병의 7잔으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수필·시 위주의 창작 모임인 인천 굴포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아쉬움이 커서 그런 뜻을 가진 사람들이 따로 모여 만든 모임이 바로 ‘소주한병’이에요."

지난해 함께 아일랜드로 해외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결속력이 좋다. "‘오스카 와일드’나 ‘제임스 조이스’ 등 아일랜드 작가들의 발자취를 쫓아다니며 인천의 중심 작가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한 번 더 다지는 좋은 계기였죠."

양진채 소설가는 현재 인천의 주요한 문학 계간지인 「학산문학」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중이다. 인천 문학잡지의 질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는 그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커졌다.

"20년이 넘은 인천의 문학 계간지 「학산문학」이 올해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아요. 「학산문학」뿐만 아니라 다른 잡지도 마찬가지로 겨울호 발행까지는 갖은 수단을 다 써 메꿨지만 예산 부족으로 계간지를 반년지로 바꿔야 하는지를 논의할 정도로 고민이 많았어요.

작가들의 원고료를 주기도 벅찼답니다. 표절을 글 도적질이라고 하듯이 작가의 창작품에 원고료도 제대로 못 주는 행위 역시 글 도적질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현실이 너무 부끄럽네요."

마지막으로 작가로서의 계획을 물었다. "인천의 개항기를 배경으로 해서 무성영화 변사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 「변사기담」을 내년 2월 출간을 앞두고 마지막 퇴고 중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단 한 사람이라도 진정으로 제 소설에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을 쓰겠다는 생각뿐이랍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