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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자 가천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가장 큰 바람으로 생각한다.

 과거 암 등 중증질환에 걸리게 되면 치료기술의 한계로 치료를 못하거나 치료비가 비싸서 치료를 포기하는 시절이 있었다. 현대에는 질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암 등 중증질환도 조기 치료할 경우 완치가 가능하게 됐고, 건강보험에서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암 등 중증질환자의 진료비를 경감하는 보장성 확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치료 여건도 좋아지고 건강보험의 보장성도 높아졌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가계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의료비를 손꼽는다.

핵가족화의 사회현상은 입원환자를 돌보는 대상이 보호자에서 간병인으로 바뀌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 해 동안 국민들이 간병비로 부담한 금액이 무려 2조 원에 육박한다고 하니 의료비 영수증에 표기가 안 될 뿐 간병비가 제2의 의료비라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2013년 7월부터 국민의 간병 부담을 해소하고 입원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간병’을 입원서비스에 포함해서 제공하는 포괄간호서비스 ‘보호자 없는 병원’이라는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현재까지 시범 운영 중에 있다.

 11월 5일 기준 포괄간호서비스 의료기관은 102개이며, 총 6천610병상이 운영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1개, 종합병원 63개, 병원 38개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입원환자가 간병서비스 ‘비급여’를 받으려면 간병인을 사적으로 고용해 하루 7만~8만 원에 달하는 간병비를 지불해야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포괄간호서비스가 적용되면 입원비에 간병서비스로 발생되는 비용의 대부분을 보험급여로 충당하고 최소한의 환자 추가 부담 하루 3천800~8천 원으로 서비스를 제공받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전문직 간호사가 제공하는 양질의 간병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고려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족 및 간병인 상주병실의 병원 내 감염위험성은 포괄간호서비스 병실에 비해 2.87배 높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 확산은 가족 및 간병인 등 의학 지식이 부족한 비전문가의 간호와 병문안을 위해 병실과 응급실까지 제한 없이 방문하는 문병문화 관행이 병원 내 감염의 주된 원인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분석했다.

포괄간호서비스는 병실 내에 환자와 간호사만 상주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가족이나 간병인, 문병객의 병동 출입으로 발생될 수 있는 2차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탁월한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포괄간호서비스 사업 결과 직접 간호시간이 증가했고, 병원 감염률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낙상 발생률, 욕창 발생률, 재원입원일 수 등이 감소했다.

 그동안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정책은 특정 질환과 희귀난치성질환의 보험급여 확대로 모든 환자가 만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포괄간호서비스 제도의 도입은 입원환자 중 누구나 간병서비스가 필요하면 적은 비용으로 전문가가 간호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의료서비스의 시작이란 생각이 든다.

 2014년 33개의 시범병원에서 포괄간호서비스를 적용한 결과 서비스를 제공받은 이용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는 93%, 재이용 의사가 95%로 나타나는 등 만족도가 높았다.

 반면 서비스 제공자인 병원과 간호사의 만족도는 55%로 상반된 결과를 나타냈다. 수급자 입장에서 포괄간호서비스는 병·간호비용 부담 감소뿐 아니라 간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보호자의 경제활동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급자 입장에서 만족도가 낮은 요인은 낮은 보험수가 적용과 간호인력의 잦은 교체, 적은 인력의 운영으로 업무 강도가 높은 점을 꼽았다.

 아직까지는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라 양쪽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도 공급자의 만족도가 낮은 문제의 해결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이 인력 충원 없는 서비스의 확대는 사업 정착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는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이 공급자에게 합리적인 수가를 보장해 주고, 공급자인 병원은 간호사의 적정 임금 보장과 근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수급자인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로 발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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