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무료 자선공연으로 열린 ‘해설이 있는 남도 판소리 한마당’에 인천에서 보기 어려운 명창이 등장해 춘향가를 불렀다.

인간문화재 강도근·성우향·김소희·안숙선 등을 사사한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인 김차경(52)명창으로, 2012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 스릴러 창극 ‘장화홍련’의 여주인공 ‘홍련’역을 맡았던 국립창극단의 명배우이다.

2009년 제36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 부문 대상(대통령상)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의 그는 제자들과 함께 계면조(슬프고 애타는 느낌을 주는 국악음계) 위주의 창법으로 춘향가 중 이별가를 풀어냈다.

주로 서울과 해외 무대에 서 온 그가 최근 인천을 부쩍 자주 찾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데, 2년 전부터 인천에서도 후학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좋은 인재를 어릴 때부터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김 명창은 공연 전날에도 ‘국악소녀’ 송소희의 뒤를 이을 차세대 신동으로 인천에서 소문난 최혜윤(6)양의 실력을 보기 위해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을 찾았다. 실력 있는 선생님을 수소문하고 있는 최 양 부모의 부탁 때문이었다.

소리를 귀담아 들은 그는 "판소리를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어 호흡법은 거칠지만 음을 구별할 줄 아는 절대음감을 타고난 신동이 맞다"면서도 "이 어린 나이의 학생에게 체계적으로 소리를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판소리 불모지 소리를 듣는 인천에 대한 걱정도 빼놓지 않았다.

"국악인들이 설 무대가 없고, 가르칠 제자가 없으면 자리를 잡기 힘들답니다.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의 시설은 전국에서 최고라고 보여지는데, 명창들이 설 무대는 적다는 게 제 느낌이에요."

그는 해외 공연을 돌며 본 제주도 사례를 소개하며 인천이 가진 가능성에 대한 얘기로 인터뷰를 마쳤다.

"해녀들이 부르는 민요 ‘이어도사나’의 해외 공연이 의외로 많고 외국인들의 반응이 꽤 좋답니다. 제주도가 적극 밀어주고 있는 덕분이죠. 인천도 못하란 법 있나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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