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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인천시궁도협회장
지난달 초, 신호 대기 중인 트럭을 들이받았다. 원인은 매실 밭 가지치기를 하며 주차해 놓았을 때 차 안에 침입한 야생 모기를 잡다가 한 눈을 판 것이다.

겨우 모기 한 마리 때문이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밭에서 검은 모기의 독침 맛을 보았다면 쉽게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모기와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정면을 바라보았을 때 계속 달리고 있을 줄 알았던 트럭은 서 있었고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지만 보닛은 이미 1t 트럭의 적재함 밑으로 들어간 후였다.

브레이크를 밟는 동안 온 힘을 들여 핸들을 잡고 버틴 탓으로 내 양쪽 어깨는 경직된 반면에 상대차량 운전자는 무슨 일이냐는 듯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민주평통 회의 시간에 쫓겨 보험사 직원에게 뒤처리를 위임하고 현장을 떠났는데 며칠 후 운전자가 입원을 했다는 연락이 왔다. 정작 입원할 환자는 나였는데…. 어이가 없어 야간에 병실을 지키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며 의원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자 법적으로 안 된다고 했고 3일 후 합의금으로 115만 원을 주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차를 말끔히 수리한지 열흘밖에 안 되었는데 이번엔 신호 대기 중이던 내 차가 들이 받치는 사고를 당했다.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민주평통 회의에 가다가 사고가 났는데 이런 연속성 사고를 두고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는 걸까.

 평소 아무 탈 없이 운행하던 차가 하필이면 보험 종료 후 아는 분에게 보험을 가입하려 하루 이틀 미루고 있을 때 접촉 사고가 난다. 차량을 공장에 맡기고 렌터카를 타고 다니거나 막 수리를 끝내고 거리에 나왔을 때 다른 차량에 들이 받치는 경우도 있다.

 해서, 사고 후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좌우 옆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상대방 차량을 피하지만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을 뒤에서 들이 받는 데는 도리가 없다. 일정이 바빠 병원을 찾지 못한 나를 두고 친지들은 3일만 누워있으면 120만 원 이상의 합의금을 받을텐데 바보짓을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며칠 전엔 정차한 내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택시가 치고 갔지만 심하게 파손되지 않았고 기사가 불이익을 당할 가 싶어 연락처만 받고 말았다.

순간, 만삭인 며느리를 비롯한 가족들을 태운 승용차가 학익동 시장 사거리 코너에서 우회전을 하는데 갑자기 직진 차량이 달려와 사이드미러를 친 접촉 사고가 떠올랐다.

우리 가족은 멀쩡한데 상대 차량 운전자는 퇴원 무렵에야 입원 사실을 밝힌 후 합의금을 챙겼다. 보험회사 직원은 팔에 문신을 한 운전자가 입원실에서 화투놀이를 하고 있었으며 합의 전과가 여러 번 있지만 자신들로선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보험 합의’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자해 공갈범인 어느 고등학생의 얼굴이 떠오른다. 간석2동 소재 모 고등학교 뒷담길을 운행하던 아내는 저만치서 다가오는 학생 둘의 행동이 심상치 않아 차를 멈추고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헌데 곱상한 용모의 학생은 담벼락에 배를 밀착시킨 채 피하고 있는 반면 두 눈이 가로로 찢어진 불량스런 외양의 학생은 아랫바지에 손을 넣고 차 앞으로 다가와 팔꿈치로 아내 승용차의 사이드미러를 쳤다.

 그는 멈춰 서있는 아내에게 무슨 운전을 이따위로 하냐며 시비를 건 후 사이드미러는 블랙박스 사각지대라며 보험으로 합의를 하라고 다그쳤다.

 아내의 연락을 받고 간석지구대로 달려가니 이미 도착한 보험회사 직원은 20~30만 원 정도로 합의를 보라고 종용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나는 미성년자에게 조차 합의금 맛을 길들인다며 보험사 직원을 야단친 후 정밀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로 갔다.

 정지해 있는 승용차 사이드미러를 고의로 쳤으니 이런 경우 미성년자 학생이라도 자해 공갈범으로 엄벌에 처해야 하는데 경찰은 야단만 친 후 돌려보냈다.

 만에 하나 블랙박스가 고장 났더라면 자해 공갈범은 입원하겠다며 협박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입원을 하지 않는 선량한 운전자가 바보 취급을 당하고 보험금이 사기꾼의 쌈짓돈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입원 심사를 강화하는 규제를 법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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