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인천 소상공인들이 존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로 뭉쳤다.

 대기업 및 공룡 유통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던 기존 방식을 탈피, ‘상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고 나선 이들은 인천지역 소상공인들을 대표한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다.

 700만 소기업·소상공인들을 더 크게 아우르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홍종진(54)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법정단체인 연합회가 출범하기 전까지 10년 가까이 ㈔소기업소상공인협회를 이끌며 ‘상생’의 필요성을 간절히 느꼈다고 한다.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 출범에 맞춰 홍종진 회장이 인천지역 소상공인들과 함께 앞으로 어떤 희망을 만들어 갈지 들어봤다.

# 인천 소상공인 모두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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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 회장은 대기업 유통마트 등에 맞서 소상공인들이 대립각을 유지하던 기존 방식이 되레 지역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인천소상공인연합회는 공룡 유통기업을 단순한 적대적 관계로 보기보다 협력을 통해 소상공인의 일자리를 늘리고 판로를 개척하는 등 상생 정책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방침에 정부를 비롯한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등도 이미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소상공인연합회를 전국 규모의 법정단체로 지정했고, 인천시 역시 올 초 인천지역 전통시장과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3대 대형 유통기업을 잇는 ‘상생발전 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인천시의회도 손철운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천시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해 인천지역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있다.

 손 의원은 "소수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인천지역 소상공인을 파탄 직전에 몰리게 했다"며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소상공인 지원조례는 단순히 유통대기업과 반목하는 대책이 아닌 상생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인천소상공인연합회는 연합회 활동의 핵심으로 ‘불공정거래 피해상담센터’ 운영을 꼽는다. 공룡 유통기업과 상생하면서도 불합리하게 소상공인 영업행위에 피해를 입히는 악덕 기업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 같은 취지를 담아 인천지역 10개 지부를 하나로 묶는 인천소상공인연합회 출범식을 15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한다.

 홍종진 회장은 "서로 상처를 입히는 ‘치킨게임’이 아닌 상생의 길을 여는 것이 연합회의 핵심 가치"라며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공정한 공룡 대기업·유통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을 살리고, 착한 유통대기업을 더 늘리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인천소상공인연합회·인천소기업소상공인협회, 우리는 하나

 홍 회장이 이끄는 인천소상공인연합회는 아우 격인 인천소기업소상공인협회와 한마음, 한뜻이다. 10년 가까이 홍 회장이 자기 몸처럼 아끼며 성장시켜 왔던 것도 영향을 줬지만, 2대 회장인 서영숙 회장과 다양한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설립된 인천소기업소상공인협회는 비영리단체다. 인천지역 소기업·소상공인들의 권익 보호와 활동을 지원하며 경제·경영·복지 등 제반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사회봉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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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체가 매년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은 전국 소기업·소상공인을 한데 모아 개최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교류대회’다. 전국에 있는 소상공인들이 모여 그들만의 고충과 어려움을 털어놓고, 연대의 힘으로 대기업과 대형 마트의 횡포에 맞서자는 취지다. 올해도 두 단체는 전국 소상공인을 초청해 인천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교류대회를 열었다.

 홍 회장은 "자영업의 위기라고 하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하나로 뜻을 모은다면 두려울 게 없을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이 모여 단합과 화합을 이루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고민하는 교류대회를 앞으로 더 자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두 단체는 대기업이 골목상권과 소기업 영역을 침범하고,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이를 방조하는 문제에 대해 정면승부로 답을 찾고 있다.

 홍 회장은 "소상공인이 소외받는 계층으로 전락하는 실정"이라며 "우리 소상공인이 서로 협력하고 단합해 한목소리를 낸다면 소상공인의 평가는 반드시 달라지리라 본다"고 확신했다.

 # 홍 회장이 꿈꾸는 살맛나는 세상은

 홍 회장이 희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소상공인이 제대로 대접받고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홍 회장이 말하는 ‘잘 사는 것’은 막대한 부를 이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자신들이 땀 흘려 일하는 만큼의 인정을 받고 대접 받으면 된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현실은 홍 회장이 바라는 아주 작은 희망마저 짓밟기 일쑤다. 이 때문에 홍 회장은 자신의 생계를 마다하면서까지 소상공인연합회의 활동에 애착을 갖는다.

 홍 회장은 "소기업소상공인협회가 300명의 작은 회원으로 출발했는데, 이제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모든 소상공인들이 뜻을 하나로 모으고 의지를 결집하는 명실상부 인천지역 최대의 소상공인들의 집합체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홍 회장은 소상공인연합회의 첫 프로젝트로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을 진단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을 위해 만든 각종 제도들이 사실상 효력이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올해의 경우 메르스로 인해 소상공인 피해가 상당했지만 신용보증재단 등 금융기관 특례대출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대다수 소상공인이 은행 대출을 갚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이나 담보대출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소상공인 1인당 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풀어 줘야 하는데 행정은 이를 뒤따라주지 못하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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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 회장은 "대출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소상공인에게는 다시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홍 회장은 점심시간 소상공인 상점 인근 주차 단속 축소, 프랜차이즈가맹점 거리제한, 소상공인 맞춤형 근로기준법 개정 등의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 소상공인이 받은 사랑, 어려운 이웃에게

 홍 회장은 소상공인이 일군 성과를 자신들만을 위해 쓰는 것도 잘못된 처신이라는 소신이다. 소상공인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지만 항상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서다.

 고객에게 사랑을 받는 만큼 그 이상을 더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미덕이야말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최우선으로 삼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 같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홍 회장은 이미 10년 넘게 때마다 저소득층 이웃을 위한 감사의 나눔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천시 서구청 뒤 마실거리에서 이웃사랑 김장 나눔을 열었고, 올해도 김장 나눔과 연탄 나눔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KT의 후원으로 김장 1만 포기를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연합회의 지원사업은 앞으로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홍 회장은 "경제 불황으로 소상공인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지만 값진 정성을 모으고 있다"며 "앞으로 인천지역 소상공인은 물론 대기업, 중소기업 등 지역 기업과 함께 지역의 힘들고 지친 분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공헌사업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 홍종진 회장은

 1961년 출생

 인천 기계공업고등학교 기계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졸업

 인하대 경영대학원 수료

 인천시장 표창

 대통령 표창

 전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인천부평연합회장

 전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인천시지부장

 전 인천 중앙로타리클럽 부회장

 전 인천소기업소상공인협회장

 현 인천광역시소상공인연합회장

글·사진=이재훈 기자 l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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