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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만 (사) 인천시 서구 중소기업경영자 협의회 회장
심장수술을 잘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어느 외과의사가 한번은 큰 대학병원의 초빙을 받아 공개집도를 하게 되었다.

 많은 의대생과 교수들 그리고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의연한 자세를 유지해가며 난이도가 높은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자 그 의사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박수소리가 좀처럼 그치질 않자 의사는 이를 앙코르의 뜻으로 받아들여 방금 수술이 끝나 누어있는 환자의 맹장을 단숨에 수술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또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이에 신바람이 난 의사는 환자의 포경수술까지 해버렸다.

 위 글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수술의 목적은 의사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비단수술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수술이건 개혁이건 행정이건 경제이든 혹은 일반인들의 사소한 행동이라도 근본과 목적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소리에 정신을 팔아 혼미해지면 외과의사 뿐 아니라 정치가든 행정가든 경제인이든 이성을 잃게 되고 불필요한 행동이 유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환호성과 박수가 아니라 비난과 냉소가 빗발치는 정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일이 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냉철하게 분석되고 해결되어야지 박수갈채의 인기에 영합한 정치적 타결에 미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지금은 정부기관이나 학교 병원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까지 경영혁신기법이 채택되고 있다. 경영혁신을 약으로 비유해 보자. 어떤 의사라도 감기환자에게 소화제를 주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현명한 의사라면 환자 몸이 얼마나 건강한가를 판단해 감기약의 정도를 조절 한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가 진정 훌륭한 의사는 그 환자가 내일 집에서 쉬어도 되는지. 회사에 나가 일을 해도 되는지를 파악해 적절한 처방을 내려준다. 경영자도 마찬가지다.조직이 갖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거기에 맞는 경영혁신기법을 선정해야 한다.

 종업원들이 보수적이고 미래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장기전략 기법을 써야 한다.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원가관리가 방만해지면 ‘리엔지니어링’기법을, 품질관리에 문제가 생기고 고객만족에 구멍이 생기면 ‘전사적 품질경영’ 기법을 선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명한 경영자라면 조직이 어느 정도 탄탄한가를 판단해 같은 경영혁신기법을 적용하는데 있어서도 그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나가 진정으로 훌륭한 경영자는 조직이 어떤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이익 극대화인지, 시장점유율 극대화인지, 종업원 행복추구인지를 파악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혁신기법 적용대상을 조정해야 한다.

 경영자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사는 감기환자에게 감기약만을 처방하지 않는다. 감기약 중 대부분에는 해열제가 첨가되어 있고 해열제는 대개 위장장애를 일으킨다. 따라서 의사는 감기약에 위장장애를 막아주는 소화제를 첨가해 각 성분의 비중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도록 처방한다.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지휘하는 경영과 개혁에 수반되는 고통과 부작용의 정도를 헤아려야 한다. 이런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영과 개혁의 방법의 선택 및 속도의 완급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일시적인 박수갈채나 비난의 목소리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인기에 영합하여 정치적 타결을 모색한다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공산이 크다.

 작은 가정을 꾸려가든 지방자치 단체의 경영을 맡고 있는 단체장이든 나라의 백년지계를 세우는 책무를 지고 있는 대통령이든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대표자라 하더라도 누구나 이런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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