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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인천은 지하상가의 도시이다. 면적 3만1천692㎡, 1천408개 점포로 구성된 부평지하상가는 단일 지하상가로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점포수가 많은 기록을 갖고 있다. 부평지하상가는 네이버가 지하지도 서비스를 시작한 곳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크고 복잡하다.

인천지하상가의 기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천지하상가의 점포면적은 8만9천291㎡로 서울보다 작지만, 점포수는 3천667개로 서울의 2천788개보다 많다. 다시 말하면 인천은 국내에서 지하상가 점포수가 가장 많은 도시이다.

 인천지하상가는 1972년 동인천역 앞에 세워진 총연장 136m, 점포면적 642㎡ 규모의 ‘새동인천지하상가’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철도역과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건설되어 2000년 4월에 들어선 ‘부평대아’에 이르기까지 총 15개의 상가가 생겼다.

 개발포화 상태에 이른 대도시에서 지하공간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세계 유명도시들은 일찍부터 도심지하공간개발에 눈을 돌려 도심기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7년 을지로 1가에 ‘새서울지하상가’를 만들면서 지하공간개발이 시작되었지만, 방공대피용으로 만들어졌다. 서울과 인천에 지하상가가 많은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요즘에는 지하상가를 방공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만, 방공호로서의 기능은 그대로 남아 있다.

 도로에는 건물이 들어설 수 없다보니, 그 아래 만들어진 지하상가도 토지에 세워진 일반건물과 다른 점이 많다. 우리가 흔히 지하상가라고 부르는 지하공간의 정식명칭은 ‘지하도상가’이며, 여기에는 점포와 통행을 위한 도로도 포함되어 있다.

지하상가는 하나의 주소아래 점포별로 번호를 붙이는 방법으로 표기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지금은 지하상가에도 냉방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편하게 걸을 수 있지만, 건설 초기에는 냉난방시설이 없어 여름철에는 찜통이 되기도 했다.

 승용차보급률이 낮던 시절 지하상가는 오가는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발길이 사라지고 있다.

재래시장의 몰락을 가져온 대형할인매장의 등장도 지하상가에 극심한 타격을 입혔다. 시설노후화와 접근성 부족도 지하상가의 쇠퇴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동인구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지하상가의 특성상 지하철과 연계된 경우에는 그나마 독립적 상권을 형성하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지하상가가 처한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2014년 11월을 기준으로 인천지하상가 중 6개 상가가 공실률 10%를 넘고 있으며,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제물포지하상가는 역세권 상가임에도 공실률 36.84% 정도라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원도심에 위치한 지하상가가 활력을 잃어가는 것은 비단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는 취업난에 처한 청년들에게 장사할 공간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종로4가 지하상가의 상권회복을 위해 ‘종로4가 청년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하공공보행로를 문화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활기를 잃어가는 지하상가에 문화를 입히는 작업은 회현지하상가에도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멈춘 보물섬’라는 테마로 하몬드 오르간 연주을 연주하고 중고LP, 주화, 우표, 오디오 등 수집품을 싸게 살 수 있는 아날로그 페스티벌을 열어 추억을 문화로 만들어가고 있다.

 2014년부터는 서울시내 지하상가에서 할 수 있는 색다른 문화체험과 쇼핑 정보 등을 담은 지하상가 전문잡지 ‘지하’를 창간해서 연 2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지하상가 부활을 위해 서울시가 펼치는 여러 가지 정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키워드는 문화이다.

 인천에서도 부평지하상가에 무료 중국어 교육 강좌를 열어 상인들의 국제화 능력을 키우고, 35년 된 부평로터리지하상가에 청년창업가를 지원하는 청년문화상점을 운영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지하상가에 문화를 접목시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일은 백화점에 갤러리나 문화센터를 두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다. 인천지하상가가 규모뿐 아니라 콘텐츠에서도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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