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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기획조정실 평가기획팀장
소비자가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상에 개설된 쇼핑몰을 방문,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온라인 쇼핑’이라고 합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할 경우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가격 비교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해 택배로 배송받을 수 있어 편리는 하나, 쇼핑중독 등 부작용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쇼핑중독 환자들은 ‘이번에는 이것만 사야지’하는 각오로 쇼핑을 시작하지만 ‘이 물건이 꼭 필요하니까’라는 생각과 함께 계획보다 많은 상품을 구입하게 됩니다.

일단 구매를 시작하게 되면 애초에 마음먹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더 많은, 꼭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사게 되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처음에 이것만 사겠다는 결심이 일단 쇼핑을 시작하게 되면 무너진다는 사실입니다.

 사고 싶은 물건을 접하게 되면 구매하고 싶은 충동과 사서는 안 된다는 자제심 사이에서 잠시 갈등을 하다가 ‘이것은 이래서 필요할 거야’라는 자기합리화로 결국은 사게 되는데, 구입한 후에야 비로소 마음의 평정을 찾으면서 후회를 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쇼핑중독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쇼핑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불어난 빚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경우에도 집에 쌓아 놓은 물건이 넘쳐나면서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나눠 주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자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지만 ‘이번만은 자제할 수 있어’라는 생각 때문에 다시 시작하게 되고, 똑같은 자제 불가능을 반복하는 것이 중독자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다 보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 택배회사 상표가 붙은 상품포장상자가 근자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쇼핑도 중독되면 정신질환이라는데 걱정이 앞섭니다.

 미국의 한 정신의학회에서는 쇼핑중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 강박감에 사로잡힌 쇼핑중독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할지 여부를 고민 중에 있다고 합니다.

마약중독자나 알코올중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쇼핑중독자들 역시 쇼핑을 중단하고자 하면서도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함으로 인해 임상적 치료의 대상으로 관리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입니다.

반면 쇼핑중독은 개인의 심신조건 외에도 광고, 신용제도 등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의학적 질환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모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기분 전환을 위한 충동구매가 쇼핑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쇼핑시간과 금액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쇼핑행위에 대한 죄책감이 들기 시작하면 이미 경증 쇼핑중독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쇼핑 습관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쇼핑할 때 죄책감을 가지며, 쇼핑을 하는 데 드는 시간과 돈이 점차 늘어나지만 별다른 느낌을 가지지 않고, 가족이 보지 못하도록 쇼핑한 물건을 숨기기도 하며, 쇼핑을 한 뒤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집에 가득하고, 주위에 돈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쇼핑을 많이 하며, 물건을 사면 기분이 좋아 지는 현상 등을 쇼핑중독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쇼핑중독이 현대인들에게 일상화되고 있다는 뜻에서 최근에는 쇼핑중독자를 칭하는 표현으로 이벤트적 어감이 묻어나는 ‘binge buyers’보다는 ‘숍홀릭(shopaholic)’이라는 용어가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숍홀릭은 알코올중독자를 뜻하는 알코올홀릭(aicoholic)이란 단어에서 파생된 신조어이며, 소피 킨셀라가 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소비거부운동단체 ‘The Compact’에서는 최근 현대인들의 쇼핑중독 현상을 우려해 의약품과 식료품 등 꼭 필요한 생필품을 제외한 일체의 쇼핑을 거부하는 운동을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전개한 바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한 제품의 광고가 과대 포장되고, 각종 쇼핑몰의 마케팅 전략은 상상을 초월하는 현실임을 고려해 볼 때 소비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쇼핑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충동구매에 대한 주의는 물론 쇼핑중독 방지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쇼핑중독 현상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이전에 스스로 중독 예방을 위한 자기통제가 선행돼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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