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꽃 오얏나무는 아무 말이 없어도 그 자태와 향기에 취해 많은 사람이 찾아오니 자연히 길이 생긴다’는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구절을 좋아해요.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의미인데 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인천문인협회 이사를 맡고 있는 류종호(54)작가가 ‘작가 정신’이란 주제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근 집필 활동이 좀 뜸한 것이 아니냐’란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그가 섬 근무를 자원해 지난해 인천 승봉도로 들어가면서 더 많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주위 사람들의 기대도 전했다. 그러자 솔직한 대답이 이어졌다.

그는 "매일 밤 고요 속에 잠긴 바다를 보면서 많은 생각과 글 소재들이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옛 글을 보면서 절제되지 않은 감정들로 휘갈기듯 쓴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며 언제부터인가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최근 자비로 고작 책 몇 권을 내고 등단하는 최근 문단계의 세태를 빗댄 말이기도 했다.

"밤새 책을 읽고 집필에 몰두해 또 자기 성찰을 통해 글이 제대로인지를 보고 또 봐야 되죠.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책을 함부로 내는 게 아닌지라는 생각부터 듭니다."

치열한 작가 정신을 소유한 류 작가가 인천남부·동부서 강력계 형사를 거쳐 현재 중부서 승봉치안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현직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시·소설을 쓰는 경찰관’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사뭇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경찰관 등 공무원이자 현직 작가들의 작품 수준을 일단 낮게 보는 사회의 선입관 때문이에요. 영화로도 나온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의 저자 구무모 씨가 전직 형사라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경찰 작가들이 의외로 많답니다."

그가 경찰과 관련된 일을 글 소재로 선택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관심은 오히려 서정적인 일상에 꽂혀 있다. 그를 ‘섬’·‘만년필’·‘색소폰’·‘캠핑’ 작가라도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 수사관이었던 구무모 씨처럼 류종호 작가 역시 1989년부터 인천지역 경찰관으로 활동하며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모아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장편소설을 최근 집필 중이다.

그는 "시인과 수필가로 문단에 등단했지만 소설을 쓰는 매력이 더 커 보인다"며 "1980년대 암울했던 시절을 살았던 젊은이들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소설을 출간하기 위해 원고지를 채워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