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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다사다난’. 메르스 사태로 기억될 2015년이 그렇게 흘러간다. 그러나 2016년 새해의 전망도 밝지 않은 것 같다. 새해의 각종 지표가 비관 일색이다. 비관적인 경제전망을 보면서 정리해고와 파산으로 이어졌던 IMF가 생각났다. 물론 현재의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 그러나 다가오는 위기는 걱정으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경제상황을 보면서 묻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모두가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미국의 금리 인상, 그리고 유가 하락을 걱정한다. 이들 요소가 바로 경제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기회는 중국을 어떻게 다시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확신은 한중 FTA가 발효되던 12월 20일 중국의 내륙을 둘러보면서 한층 견고해졌다.

 새로운 가능성을 중국의 내륙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천의 기업인, 전문가들과 함께 중국 정저우(鄭州)를 방문했다. 인구도 1억 명, 돼지도 1억 마리라는 거대한 허난성(河南省)의 성도가 정저우다.

 그곳은 역사적 고도인 뤄양(洛陽)과 포청천의 카이펑(開封) 그리고 소림사가 있는 대표적인 내륙지역이다. 황하문명의 발상지인 그곳에서 지난 22일 정저우신정국제공항이 확장돼 준공식을 거행했다. 공항은 2025년 화물 300만t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항과 연계된 경제종합실험구(airport economy zone)는 수출입 2천억 달러를 목표로 경제특구를 건설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점·선·면 정책을 추진해 왔다. 광저우(廣州)를 시작으로 선양(瀋陽)에 이르기까지 연안중심의 개발계획을 완성했다. 중국의 눈부신 성장을 보면서 전문가들은 과연 제2선 지역인 정저우, 시안(西安), 우한(武漢) 등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주목해 왔다. 중국은 그 답을 동온(東穩)·서진(西進)·북화(北和)·남하(南下) 정책으로 답하고 있다.

 2016년을 앞둔 지금, 중국의 내륙은 과거 연안지대처럼 거대하게 꿈틀대고 있다. 중국 전체 경제성장률이 7%를 넘지 못하지만 정저우는 2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의 신빙성을 감안해도 상전벽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저우에는 애플의 최신형 아이폰6S를 만드는 팍스콘(foxconn)이 가동 중이다. 팍스콘 공장에만 30만 명의 종업원이 근무 중이다. 동시에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출발지이자 대륙과 유럽을 향한 물류의 거점도시로서 항공과 철도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정저우를 전자상거래 시범도시로 지정했다. 중원개발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저우시 인근의 허비시에서도 그 단초를 볼 수 있다. 허비시는 중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명승지이자 세계 최고의 마그네슘 생산지이다. 그와 관련한 각종 연구기관과 산업들을 유치 중이다.

 그러나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기업 유치 방식이었다. 공장도 건설해 주고, 필요하면 설비라인도 제공하고, 기숙사도 건설해 제공하고 있었다.

 우리가 의심하리라고 예상했는지 직접 건설 중인 거대한 공장으로 안내했다. 정저우에 팍스콘을 유치할 때 사용한 방식을 확대하고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생산된 부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업과 연계해 준다고 했다.

 인구 130만 명의 허비시 사례를 보면서 생각했다. 왜 우리 정부나 지자체는 공장을 먼저 건설해 주고, 종업원을 위한 기숙사 단지를 건설해 제공하고, 생산품을 외국 기업이나 수출과 연계해 주지 못하는가. 특혜 시비 때문에, 책임지기 싫어서,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면 한국의 앞날에 비전은 없다. 중국을 탓할 게 아니라 중국의 놀라운 방식을 본받아야 할 때다. 공장이 망해도 땅값만 오르면 된다는 ‘금수저’ 방식으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수도권이라고 해 공장을 불허하는 수도권정비법이 존재하는 한 어떤 정책도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 증세를 위해 공권력을 동원할 것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파격적으로 제도를 개혁해야 할 때다.

 스모그로 가득한 중국을 떠나면서 생각했다. 스모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불이 꺼진 도시와 넘쳐나는 실업자가 아닌가. 새로운 사고의 전환과 근본적 제도 개혁은 과연 언제나 실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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