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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석 인천대 교수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국가 건설, 산업화, 민주화에 성공한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라고 평가받고 있다.

하나의 증거로 산업화의 결실을 보면, 그런 평가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한국은 2012년 국민 1인당 2만 달러 소득에 인구 5천만 명 이상을 가진 국가를 가리키는 ‘20-50클럽’에 가입했는데, 이 클럽 국가는 한국·미국·일본·이탈리아·독일·프랑스·영국뿐이다.

더 극적인 사실을 들자면, 경상남도 지역총생산이 말레이시아 국민총생산보다 많고, 한국 국민총생산은 산유국을 제외한 아프리카 전체 총생산액보다 많으며, 한국의 무역량은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전체 무역량보다 많단다.

한국의 좁은 국토와 빈약한 부존자원을 고려하면 우리가 쟁취한 성과는 대단한, 아니 엄청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성과처럼 우리 민초의 현실적 삶도 걸맞은 것인가? 그리고 한국의 높은 위상은 앞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현재 민생은 팍팍하고 미래 전망 또한 밝지만은 않다.

가계빚은 늘어만 가고, 일자리가 없어 서민과 구직자는 아우성이고, 사업하는 사람은 각종 규제로 사업하기 힘들다고 한숨을 쉰다. 급기야 지식인들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못지않은 상황이라고 경제적 위기를 경고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 법안이 아직도 대결주의식 정쟁에 발이 묶여 기업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직원들은 해고와 조기 퇴직으로 실직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왜 이런 모순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는가? 그 요인은 많겠지만, 첫째 세계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세계가 무한경쟁에 노출돼 있고 우리 또한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핵심적 요인은 환경은 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에 맞는 개혁을 이뤄 내지 못하는 정치권의 늑장 대응 때문이다. 세계화와 기술 발전은 외생적 요인이므로 거부할 수 없는 것이므로 대안은 개혁을 통한 응전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것도 제때 해야 한다. 아놀드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이 문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호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른 분야는 잘나가는데 정치권만 4류란 주장이 제기된 지 오래이나, 정치권은 아직도 구태를 탈각하지 못했다. 정치권의 일대 쇄신이 불가결하다.

 먼저 정치인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폐쇄적인 대결주의에서 벗어나 실용주의 접근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도덕국가를 만들겠다는 조선 지식인들의 이념적 지향과 권위주의 시대 성장한 전투적 이데올로기들의 영향으로 한국사회는 오랫동안 명분론과 이념이 지나치게 힘을 발휘했고, 정치권 또한 그랬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심했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권위주의 체제가 청산된 오늘날, 이제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정치인은 우리가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환경과 세계적 차원의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음을 직시하고, 세계 속 한국의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이처럼 빠른 변화 시대에는 빠른 응전이 필요하다. 결정해야 할 때 결정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그것을 남용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정설이다. 타이밍은 타석에 들어선 야구선수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셋째, 정치인은 한 시대의 과제를 수행했으나 시대가 바뀜에 따라 나타난 새로운 역사적 과제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치인이 구습에서 환골탈태하지 않을 경우, 유권자는 새로운 과제에 맞춰 지혜롭게 민의의 대표를 선택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영국인들은 위대한 전시 지도자 처칠을 물러나게 하고, 프랑스인들은 드골을 물러나게 하는 선택을 했다. 그들이 위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전후 시대의 역사적 과제에 그들의 생리와 정책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이 지도하는 정당을 소수파로 만들었다.

 앞으로 더욱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 선진 복지사회를 이룬 후 민족의 통일을 이룩해야 할 역사적 과제를 가진 대한민국, 이제 다시 정치인들의 변화하려는 용기와 유권자의 혜안과 결단이 필요하다. 마침, 병신년 새해에는 20대 총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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