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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 우리는 새로운 삶의 계획을 세우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지난날의 아쉬움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 지난 과오를 발판 삼아 힘찬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 바로 오늘 새해 첫날일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과거의 한때에 연연하기도 한다. ‘그때가 참 좋았는데’, ‘그때 왜 그랬을까’, ‘지금 다시 하라고 한다면 그때보다 훨씬 잘 해낼 수 있는데’ 등의 미련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상념이다.

 그래서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다룬 작품으로 선정했다. 2013년 개봉한 이 작품은 따뜻한 감성을 전하는 영국의 워킹타이틀 제작사와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콤비 작업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스물한 살의 팀은 변변한 연애조차 해 본 적 없는 청년이다. 여자친구가 없어 고민하는 아들을 본 아버지는 그에게 가문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아들에게로 내려오는 남자들만이 간직한 비밀의 정체는 시간여행 통로였다.

어두운 벽장 속에서 주먹을 꼭 쥔 채 돌아가고 싶은 특정 과거를 떠올리면 원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팀은 마주하게 된다.

 이로써 팀은 여자친구 사귀기 대작전에 돌입한다. 어정쩡한 웃음과 자신감 없는 말투로 사랑을 놓칠 뻔했던 과거를 매끄럽게 처리한 결과 그의 미래는 바뀌어져 있었다.

과오를 수정하며 연애사업뿐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도 승승장구하며 행복을 만끽하던 기쁨은 그러나 그리 오래지 않아 전혀 뜻밖의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과오를 제거하러 돌아간 시간여행 속에서 그는 뜻하지 않은 다른 실수들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팀은 가문의 비밀스러운 능력을 통해 영원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을 보다 보면 나의 되돌리고 싶은 과거가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만약 그랬더라면 지금 훨씬 더 행복하지 않을까?’ 등의 생각에 빠져 지난일을 후회하며 ‘나에게도 비밀의 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부질없는 아쉬움마저 밀려들 때, 참으로 미련한 고민이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영화 속 판타지는 환상일 뿐 현실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아무리 아쉬워해도 과거로 돌아가는 비밀의 문을 가질 수 없다.

 그런 명확한 현실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과거를 바라보며 머뭇거리기보다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굳은 의지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걷고 있는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의 미래를 움직이는 나침반이 된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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