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은 과연 현 정치구도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메커니즘의 시작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불법대선자금 공방과 대통령의 특검 수용여부가 아니라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정치인 `물갈이론'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당내 기류가 완전선거공영제나 지구당 폐지, 선거구제 개혁 등이 담긴 정치제도 개혁을 뛰어넘어 이제는 사람 개혁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갈이론의 선두주자는 당내에서부터 `1월 칼바람설'이 나돌고 있는 한나라당이다. 김문수 비상대책위 외부영입위원장은 오래전부터 물갈이를 위한 예비군 영입작업에 나섰으며 전국구 전원 신인 공천설까지 대두되고 있어 대선자금 수사정국과 특검정국이 마무리 되는대로 공천 물갈이를 위한 피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도 최근 조직책 선정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증폭되면서 다선 중진의원들에 대한 용퇴론과 호남지역 세대교체론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통하던 호남지역의 오랜 총선 풍토를 바꾸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젊은 신진인사와 전문가 그룹을 수혈해야 서울 등 수도권지역에서 득표를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8년 총선이후 4차례의 국회의원 선거 후보공천이 마치 임명제처럼 치러져왔으나 DJ가 퇴임한 이제는 후보선택권을 호남 유권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정치신인들의 목소리 역시 세대교체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중진들이 기득권에 집착하면 민주당에 오려는 젊고 유능한 신인들이 열린우리당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위기감이야말로 물갈이론의 핵심이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 달리 일단 지구당 창당과 당체제정비 등으로 집안싸움할 겨를이 없는 상황으로 보여진다. 특히 전체 227개 지역구 중 현역의원 지역구 47개를 제외하면 180개 지역구에 새로운 후보를 낼 수 있어 자연적인 물갈이가 된다는 말과 100% 완전국민경선으로 현역의원이 프리미엄을 발휘할 소지가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당의장과 내년 총선 후보공천을 위한 후보자 경선이 본격화되면 신·구세력간 갈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돼 물갈이 주장이 불거질지 주목된다고 하겠다.
 
이같은 여야 3당의 당내 분위기를 살펴보면 한마디로 내년 총선에서 상당수 지역구 후보들의 물갈이가 추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늦어도 두 달 남짓 기다리면 부정비리 및 부패연루자나 인권탄압 관련자, 의정활동 무능력자, 지역감정을 등에 업은 구태정치인들이 과연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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