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 하나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남자가 있었다. 그 횟수가 무려 800회가 넘었다.

그는 10년간 바텐더, 요리사, 페인트공 등 온갖 일을 했지만 꿈은 오직 ‘배우’였다. 800번의 탈락은 800번의 실망을 뜻하고 그 10배, 20배에 달하는 아픔을 의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케네스 로너겐의 희곡 ‘This Is Our Youth’에서 그는 길거리 폐인을 혼신의 연기로 표현했고, 비평가들에게서 찬사를 받으며 세상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를 접했고, 10시간의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 끝에 왼쪽 귀의 청력을 잃었고,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배우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안면마비’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끊임없는 재활 끝에 안면근육을 움직이는 데 성공, 모든 아픔을 이겨내고 당당히 배우로 재기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영화 ‘헐크’, ‘어벤져스’, ‘비긴 어게인’ 등으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스타 ‘마크 러팔로(Mark Ruffalo)’의 인생사다.

과연 우리는 삶에 대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또 노력을 할까?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목표를 위해 학업을 일찍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추구하는 청소년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록 지금은 ‘삐딱이’라고 손가락질을 받고 있지만, 아마 이들이 주목받는 세상이 조만간 올 것이라 믿는다.

그대들이 존재하기에 전통과 권위로 포장된 폐단을 뚫고 변혁에 이르는 통섭이 가능하리라. 누가 뭐라 해도 그대들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당당한 축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역경과 고단함의 연속일지라도 그 쓰디쓴 담금질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인내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보는 대학 진학을 비껴 조금 다른 길을 걸으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삐딱이’들을 올 한 해 연중기획으로 다루고자 한다.

올해 ‘삐딱이’ 연중기획은 다양한 분야의 ‘삐딱이’를 소개하고, 그 ‘삐딱이’들의 후원자를 찾아 서로 연결시키고자 한다.

그 첫 신호탄으로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은행에 취직한 소망이와 어릴 때부터 은행원의 길을 택하고 30여 년 동안 걸어온 이병철 신한은행 인천시청지점장을 지면을 통해 연결했다.

# 믿음을 주는 금융인을 꿈꾸는 소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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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바로 취업을 꿈꾸는 우리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요."

지난해 하반기 기업은행에 입사한 신입사원은 총 68명으로 인천에서는 단 9명이다. 이 중 당당히 기업은행 인천 구월지점에 입사한 신소망(19·문학정보고)양은 평소 꿈꾸던 곳에 입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소망이가 기업은행 입사를 본격적으로 꿈꾸게 된 것은 고교 2학년 때 기업은행 본사에 견학을 다녀온 뒤다.

소망이는 "사실 1학년 때는 어느 곳이든 상관없이 그저 은행에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 그 현장을 눈으로 보고 나니 꿈이 확실해졌다"며 "이후 선생님에게 진로 상담을 듣는 것은 물론 면접 스터디나 학교의 은행텔러반 등을 수강하며 차근차근 준비했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아버지와의 갈등도 잠시 있었다. 미래가 불안정한 사회에서 대학 진학을 원하는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소망이는 선택한 것은 ‘믿음을 주는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믿음을 주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공부라고 생각한 소망이는 성적을 잘 받은 후 깊이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열심히 공부했고, 실제로 성적이 잘 나와 아버지와의 갈등이 해소됐다.

그렇게 인천 문학정보고에서 유일하게 기업은행에 입사하게 된 소망이는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처음 합격 문자를 봤는데 눈물이 나면서도 믿기지 않아 가족들에게 확인해 달라고 했다"는 소망이는 "앞으로도 이 마음을 간직하면서 정진해 금융 분야에서 역량을 마음껏 펼치는 인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기를 꿈꾸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소망이는 "본인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 대학이 필요하다면 진학하는 게 맞지만, 현재로도 충분하다면 자신을 믿어도 좋다"며 "주위에서 자신을 믿지 못하고 겁을 내 결과가 부진한 친구도 많이 본 만큼 스스로를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단순히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닌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확신과 간절함이 필요하다"며 "나 역시 또 다른 꿈을 위해 간절함을 갖고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 부자의 삶보다 행복하게 잘 사는삶을 권하는 멘토 이병철 신한은행 인천시청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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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자의 삶을 요구하고 기성세대보다 행복하게 잘 사는 삶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강요와 권유보다 삶에 대한 길을 알려 주고 깨우쳐 줘 간절함과 절실함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사는 것과 부자로 사는 것 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병철(53)신한은행 인천시청지점장을 만나 멘토의 한 사람으로 은행 일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덕목과 조언을 들어봤다.

이 지점장은 "옛날과 달리 대학에 진학함에 있어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며 "대학 역시 자신의 목표를 위해 가야 하고, 대학이 아니라 고교를 졸업하고도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하다면 당장 도전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 역시 예전부터 고졸 취업생을 받았고, 그때는 대졸 취업생 수가 조금 많았을 뿐"이라며 은행 채용에 대해 말하며 "요즘은 그 비율이 고졸 채용으로 점점 늘고 있고, 신한은행 또한 올해만 200명의 고졸 취업생을 채용했다.

 은행으로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은 일단 자신이 희망하는 은행을 선택한 후 은행의 전형과 기준 등을 미리 알아 두면 보다 취업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신한은행으로 옮길 당시 기존 은행보다 신설 은행 쪽이 내가 할 일과 역할이 많을 것 같았다"며 "모든 사람이 그렇듯 은행에 입사한 직원들의 꿈은 지점장, 은행장, 임원 등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사 후에도 은행 관련 공부는 물론 자신의 조건에 맞는 대학으로 진학해 지식을 더 많이 넓혀야 금융인으로서 더 나은 삶과 고객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은행원들은 정직·신용·신뢰·성실이 필수"라며 "남의 자산을 관리하는 직종이라 직무 지식은 기본이고, 여기에 인성의 기본인 정직과 신뢰는 반드시 몸에서 습득돼 있어야 한다"고 은행 직종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 조언했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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