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사람이 있다." 인천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이혜경 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인천시 마을공동체지원조례가 제정된 2013년부터 센터에서 지역의 마을공동체 활동을 지원해 오고 있다.

 아무리 도시가 각박하고 살기 힘들다 해도 구석구석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공동체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동구 송림동의 ‘박문마을’이 그랬고, 남구 주안동의 ‘염전골’과 남동구 만수동 ‘만부마을’이 그렇다. 이들 마을에는 어떻게 하면 공동체적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동체’는 인류가 지향해 온 궁극적인 삶의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로 전통적인 촌락공동체가 해체되고 핵가족화와 개인화, 금전만능주의가 만연하면서 공동체적 삶을 실현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천시가 마을공동체 사업을 지원한 지 벌써 햇수로 4년차에 접어들었다. 인천 곳곳에 숨어 있는 마을공동체를 찾아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함께하는 삶’을 들여다본다. 본보는 지난해 ‘착한경제, 사회적 기업’에 이어 새해 ‘함께하는 삶’이란 주제로 인천지역 마을공동체를 탐방, 연재할 계획이다.

<프롤로그>

‘사람을 품은 인천마을공동체’를 비전으로 인천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이 햇수로 3년을 넘겼다. 그동안 인천에서는 시민 스스로 마을의 고민을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마을 집담회’와 ‘왜 마을인가’에 대한 공동체적 관점을 세우기 위한 주민자치인문대학 등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학습의 장이 진행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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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교육과 학습의 장을 통해 지난해에만 31개 마을에서 각종 공모사업에 참여,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겼다. 앞서 2014년에는 63개 마을에서 69개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등 인천에서도 서서히 마을공동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인천시가 표방해 온 마을공동체에 대한 비전과 전력은 ‘사람(주민)-마을-공동체’를 중심 패러다임으로 하는 주민자치다. 주민 스스로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프로세스를 형성하게 한다는 것이다.

 2013년 5월 제정된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에도 이 같은 가치가 고스란히 명시돼 있다. 마을에서의 ‘일’과 ‘돌봄’, ‘문화’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삶의 가치를 발견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천의 마을활동가들 역시 이 같은 가치를 공유, 시와 함께 마을공동체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모색해 왔다.

 ㈔인천마을넷 윤희숙 팀장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며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를 회복하면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경 센터장은 "인천에는 오랫동안 마을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 온 ‘선배마을’뿐만 아니라 새로운 마을 환경을 기반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씨앗마을’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이 시의 재정적 지원이 대폭 축소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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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조례 제정 당시 수립한 기본계획에는 2015년 인천시의 마을만들기 예산은 20억 원으로 책정됐지만 현실은 10분의 1도 안 되는 1억9천만 원에 불과했다. 31개 공모사업에 들어간 예산만 1억 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시가 지원센터를 통해 지원한 예산은 한 푼도 없는 셈이다. 서울시가 2013년 기준으로 22개 공모사업에 222억 원의 예산을 배정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서울시는 이와 별도로 지난해 지원센터 운영비로 26억 원을 책정했다. 기초단체인 수원시만 해도 지원센터 운영비로 같은 해 18억 원을 반영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해 온 인천마을넷은 연장 운영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장은 "마을공동체의 실현은 무엇보다 마을이 마을 안에 갇히지 않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의 동등성’을 바탕으로 한 자치와 자율성을 갖춰야 한다"며 "지방정부가 예산 지원을 이유로 이 같은 원리를 훼손하려 한다면 더는 센터를 운영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조례 제정 이후 2년간 시 공모사업에 참여한 144개에 달하는 주민모임이 시간을 거듭하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3년 4월 인천시가 원도심 활성화 선도사업으로 선정한 남동구 만부마을은 환경개선사업과 함께 주민공동체가 형성된 특별한 케이스다. 건물 높이 제한으로 4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만부마을은 헌집 세 가구를 허물어야 한 집을 지을 수 있었다. 더욱이 주민 상당구가 80~90대 고령이어서 개발을 반대했지만 지금은 주민들 간 물 한 모금도 나눠 먹는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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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가좌3동에 있는 ‘가좌마을 신나는 공간(가좌신공)’은 주민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마을 사랑방이다. 가좌신공은 한때 시민운동가였던 박재성 공동대표가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반성하며 만든 열린 공간이다.

지금은 개발이 예정된 재정비촉진지구 내 사는 평범한 동네 주민이 모여 주민협의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최대성 연수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자치센터는 무엇보다 주민자치 기능이 우선해야 한다"며 "우리 동네 문제를 스스로 찾고 문제를 공감하는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스스로 행동하는 힘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진정한 공동체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해 인천에서 유일하게 주민자치회 시범지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성공적인 마을공동체는 공통된 목적을 갖고 조직을 결성,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시설이나 서비스를 공급한다. 또 조직원들의 민주적인 참여와 헌신된 리더가 존재한다.

 앞으로 본보는 지역의 마을활동가와 함께 모범적인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센터 등을 발굴, 그들이 갖는 공동체적 목적과 조직 형태, 지속가능성과 리더십, 민주적 요소 등을 재평가하고 지역사회 공동체적 문화 확산과 주민자치 실현을 위한 과제를 던져 보고자 한다.

<사진DB=인천마을공동체지원센터 제공>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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