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독 돋보이는 국가가 있다. 독일이다. 유로존 국가들이 부러워하는 나라다.

독일의 비결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이 나라는 탄탄한 고용지표를 자랑한다. 제조업 경기 역시 확장세다. 독일의 실업률은 6.3%(2015년 11월 기준)로, 1990년 통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또한 53.0을 기록해 강한 내수와 경기 호조세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에 360만여 개의 기업이 활동 중이다. 이 중 약 5%가 밀집한 인천은 어떠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비제조업 할 것 없이 ‘업황’은 바닥을 치고 있다. 실업률은 전국 최고다. 독일 등 제조업 강국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술인력과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 나서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본보는 독일 제조업의 기능인력 중심 정책을 살펴보고 ‘명장’ 등 기능인을 중시하는 미래 산업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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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중시와 기능인 육성이다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과 인천 경제의 높은 성장세(지역내총생산·GRDP 64조 원)는 제조업의 ‘성공 신화’가 있기에 가능했다. 물론 현재도 우리나라 경제에서 제조업은 국내총생산의 28%, 수출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다. 지역 GRDP의 26%도 제조업이 감당하고 있다. 그만큼 제조업은 국가와 지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셈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 속에서도 제조업 선진국의 놀라운 위기 대응력과 구조적 안정성은 미래 먹거리가 ‘새로운’ 서비스산업이 아닌 ‘낡은’ 제조업에 있음을 시사한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중국의 ‘제조 2025’, 우리나라의 ‘제조업 혁신 3.0’이라 불리는 이 모든 계획이 제조업의 가치를 재조명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제조업 혁신(첨단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과 생존력 강화 방안의 중심에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담보할 ‘기술자와 명공( 名工)’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 모노즈쿠리,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제조업, 흔히 ‘생산 공장’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평생을 바쳐 일하고 있는 기술인력, 즉 기능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처우는 생각 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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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제조 분야에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청년들과 다양한 계층의 구직자가 늘 부족한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제조업체의 만성적인 인력난에 내수와 수출 부진이라는 경영난이 더해지면 기업은 핵심 경쟁력인 인재 확보와 기술 역량 보존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노즈쿠리’로 대변되는 일본 제조업은 우리의 상황과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뜻의 모노즈쿠리는 잃어버린 20년이란 오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제조업 경쟁력을 자랑하는 일본 기업의 저력으로 꼽힌다.

동시에 이는 절삭공구 전문업체 한국닛켄㈜을 지난 30년간 이끌어 온 와카이 슈지 대표의 전략이기도 하다. 그는 "모노즈쿠리 방법을 기반으로 기계장비 제조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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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카이 슈지 대표는 기계공고를 졸업한 기술인력과 함께 국내 공장 실정에 적합한 기계장비와 절삭공구를 제작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마침내 그의 직원들은 툴홀더(절삭공구 연결장치) 가격을 ⅓까지 낮추며 100%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한 힌국닛켄㈜ 명공들의 기술력은 700억 원대 국내 툴훌더 시장의 35%를 점유하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절삭공구를 단 몇 초 만에 탈부착할 수 있는 열박음 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와카이 슈지 대표는 "지난 세월은 소량 다품종 전략으로 오로지 공작기계 제조에만 몰두한 시간이었다"며 "연구를 비롯해 완성도 높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근성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직원들에게 자신의 일에 대한 무게감과 자부심을 심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 앞선 기술만이 살길, 기술력 바탕돼야 매출 신장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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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욱 와이엠티 대표

 미국·일본·독일 등 해외 선진국들이 잠식했던 국내 화학약품산업에서 와이엠티㈜는 선구자로 통한다. 앞선 기술만이 살길이라는 ‘모토’ 아래 모든 제품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 판매하면서 이 기업은 표면처리산업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체 직원 중 약 40%가 기술개발 분야에 근무할 정도로 와이엠티는 R&D 활성화와 이를 통한 신기술 개발을 중시하고 있다. 그 결과 와이엠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도금기업들로부터 기술 우수성을 입증받았다. 중화권에 지사 및 생산기지를 구축해 글로벌 기업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전성욱 대표는 "연구개발과 여기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최초로 PCB용 표면처리 약품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 원천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기술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제품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 기사에서 ‘장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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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권 재영솔루텍 대표

인천 금형산업 분야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재영솔루텍㈜은 ‘기술을 제대로 갖추면 생계나 정년 퇴직 걱정은 끝난다’는 박병일 자동차 명장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기업이다.

김학권 대표가 ‘김품질’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재영솔루텍은 기술 개발과 품질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을 우대하고 섬기는 기업이다.

이 점이 40년 전 조그마한 금형업체에서 출발한 재영솔루텍을 연매출 1천억 원이 넘는 금형·전자·자동차부품 선도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 재영솔루텍의 현재 위치는 세계 최고 수준의 K몰드 시스템과 엔지니어링 공정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한 김 대표의 저력이다.

 또한 최근에는 일반인만 주목받는 사출금형 분야에서 장애에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카락 한 가닥에 30개의 구멍을 뚫을 만큼의 정밀 래핑(Lapping)을 구사하는 최고의 실력자들을 양성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최고 기능인력에 대한 자긍심 고취와 함께 그에 걸맞은 대우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재영은 명장들의 기술 노하우가 젊은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함은 물론,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이 기술명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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