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 혁신은 교육감의 바람이기 전에 학교 구성원의 바람이란 것을 어느 한 행사에서 알게 됐습니다. 그 뜻을 잘 받들어 참된 인천교육 혁신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과 행복한 인천교육은 관계 기관의 정치적 노름이 아닌, 오로지 우리 학생들만을 생각해야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인천의 1호 진보교육감인 이청연(61)교육감은 2016년에는 모든 인천시민들이 행복한 인천교육을 위해 다같이 힘써 주길 바랐다.

다음은 이 교육감의 일문일답.

-지난 한 해 인천교육을 돌아본다면.

4-이청연1.jpg

▶바쁜 한 해였지만, 인천교육의 희망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또 해맑은 우리 아이들에게서 나의 존재 이유를 알았다. 학교를 위해 교육감은 걸림돌을 치워 주고 막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인천뿐 아니라 대한민국 공교육이 갈림길에 놓여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끌어 온 교육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느냐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공교육이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표현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지.

▶구습을 이어가느냐, 시대 변화와 공교육의 본질적 가치에 따라 혁신하느냐 하는 고비에 있다는 뜻이다. 이제 학력은 교과 지식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발휘되는 역량이라는 것이다. 교육부도 비판적·창의적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예술적 감각, 자기관리 능력 등을 핵심 역량으로 제시했다.

역량은 시험으로 측정할 수 없다. 대입도 수능중심에서 벗어나 입학사정관제의 비중이 점점 늘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불안하다고 걱정한다. 나는 어른들이 더 불안해 보인다. 어른들은 아직도 시험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점수로 서열을 가늠하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 어떤 분은 1등만 살아남는 세계경쟁 시대에 공부시킬 생각은 안 한 채 교육감이 등교시간 늦추고 정기고사도 안 보고, 두발 규제 풀어서 교육열기를 잠식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려면 ‘시험=학력’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책임과 소통 능력, 협업 능력, 창의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수업을 해야 한다.

학교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면서 정답 고르기 훈련만 하면 세계 경쟁에서 낙오된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이에 인천은 ‘배움 중심 수업’을 제시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수업,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가 서로 토론하면서 자기 생각을 만들어 가는 수업, 즉 지식 그 자체보다 학생에게 내면화되는 배움의 과정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2016년 중점 추진 과제는.

▶공교육 전환을 위해 학교문화 혁신에 중점을 둘 것이다.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서서히 정착시켜 나갈 것이다. 학생 자치활동을 활성화하고, 교사들의 의견이 존중되는 회의문화, 학년과 교과협의회가 학교 운영의 중추가 되면서 학교장이 이를 이끌고 뒷받침하는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하겠다.

또 학교가 자발성을 갖도록 교육청이 기획·생산하는 사업을 경량화할 것이다. 교육과정-수업-평가의 혁신을 통해 핵심 역량을 구현하는 교육과정,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 협력하는 수업, 성장을 돕는 평가로 배움이 즐거운 학교가 되도록 지원할 것이다.

교사들의 자존감을 회복시켜 갈 것이다. 지금 교사들은 지식전달자, 하급 행정업무처리자라는 느낌에 자존감이 낮다. 교사들의 낮은 자존감은 사회적 손실이다.

교원업무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교사들이 함께 연구하고 협력하며 성찰하는 시간과 조건을 확보해 갈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출장이나 공문 없는 날로 지정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처벌과 통제 중심의 생활지도를 관계 회복과 공동체성을 형성하는 생활교육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다. 조급하게 위로부터 개혁을 추진해 학교를 내리누르면 학교문화 혁신은 실패할 것이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이 들과 산을 하얗게 만들 듯 조용한 변화를 이뤄 낼 것이다. 혁신은 교육감의 바람이기 전에 학교 구성원의 바람이란 것을 최근 500여 명이 참여한 ‘인천교육혁신한마당’에서 확인했다.

-현재 누리과정 예산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입장은.

▶무상보육은 중앙정부가 약속했으며 중앙정부의 책임이다. 유치원·어린이집 모두 교육청이 부담하는 것은 행정적으로 옳지 않고, 재정 현실도 불가능하다. 현재 인천교육 재정 여건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초·중·고교 학교운영비의 절반을 줄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유치원은 행정적으로 교육청 소관이기에 유치원분만 올해 1년 치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인천시의회가 유치원분을 삭감해 어린이집에 6개월을 편성했다. 이는 지방의회가 예산심사권을 넘어 편성권까지 행사한 것으로 옳지 않다.

 

4-이청연2.jpg
이런 예산편성은 교육청의 책임을 어린이집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게 된다. 예컨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도 교육청은 어떤 행정권한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다. 행정체계가 그렇다. 그런데 재정만 부담하라는 것이다.

어린이집 아이들과 학부모님도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 기관이 분명하게 책임져야 한다. 유치원은 교육청이 분명하게 책임지고, 어린이집은 중앙정부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한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고 의회에 호소했다.

6개월 뒤에 또다시 이 혼란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교육청이 2014년에도 빚을 내서 충당했는데, 중앙정부는 이번에도 빚을 내서 해결하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인천교육의 미래마저 빼앗기게 된다. 교육자치를 책임져야 하는 교육감의 영역을 넘어서는 증액과 신설에 대해서까지 동의를 표할 수는 없다. 교육청은 유치원에 한정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중학교 무상급식도 가시밭길인데 대책은.

▶올 예산에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 예산의 절반인 95억 원을 편성했는데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시군구가 재정 여건이 어려워 함께 하지 못한다면 일단 올해는 절반을 부담하면서 점진적 단계를 밟아 간다는 방침이었는데 이마저 외면당했다.

앞으로도 중학교 무상급식 단계적 확대 입장은 변함이 없다. 어려운 재정 여건이지만 교육청과 함께 인천시, 각 군구가 우리 아이들의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을 위해 함께 나갔으면 좋겠다.

-현행 교육감선거의 직선제 폐지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주민직선 교육자치가 좋은 성과를 내며 ‘정착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제도를 바꿔야 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와 연계 통합’을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정당 소속 시장 후보가 교육감 후보와 동반 출마하거나 시장이 교육감을 임명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일부에서 교육감선거가 진보-보수 갈등을 일으킨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정당 소속 시장 선거와 연계되면 정치 갈등은 더 깊어질 것이다. 지금 교육감 선거는 적어도 지역주의, 정당공천 불협화음 등의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일부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을 임명하는 방식도 제안하는데 이것은 장관이 시장을 임명하는 것과 같이 교육자치가 퇴행하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교육감이 소수만 당선된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는데,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부야말로 교육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