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험난한 가시밭길을 맨발로 걸어온 것과 같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기도 전에 누리과정 예산이 모두 소진돼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고, 누리과정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악재가 경기도를 정면으로 덮쳐 대책 마련에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다.

각계각층의 노력 덕분에 메르스 여파가 잦아들자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난제로 떠오르며 이 교육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굵직한 도내 교육계 사건만 해도 이 정도니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중간의 사건·사고까지 감안하면 2015년은 이 교육감에게 정말 다사다난했던 해였으리라.

누구보다 새해가 밝기를 고대했을 이재정 교육감이지만 2016년 첫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로 경기도교육청의 예산집행에 비상이 걸린데다,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보육대란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교육감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평소 확고한 교육신념을 바탕으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서다.

"학생들이 걱정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이번 준예산 사태가 혹여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지, 인터뷰의 시작을 학생들 걱정으로 연 ‘학생 바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새해를 맞아 경기도교육청의 한 해를 짚어 볼 수 있는 신년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이재정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기호일보 독자들과 교육가족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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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을 늘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기호일보 독자 여러분과 경기교육가족들께 경건한 마음으로 인사드린다.

지난해 우리는 ‘교육 현장’을 모든 교육정책 중심에 두고 행복한 배움터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올해 역시 ‘학생중심·현장중심’ 교육으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가꾸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겠다. 학생 스스로 꿈과 희망을 찾고, 배움의 과정에서 소중한 꿈과 행복한 삶을 열어가도록 하겠다.

학생의 꿈과 희망을 위해 묵묵히 응원을 마다하지 않는 기호일보 독자들과 경기교육가족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가정에 올해도 행복과 건강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2015년의 경기교육을 평가한다면.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5년 올해의 사자성어에서 알 수 있듯 ‘혼용무도(昏庸無道,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실감한 한 해였다. 하지만 ‘마부작침(磨斧作針,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의 자세로 학생중심·현장중심을 목표로 교육의 틀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변화의 1년이었다.

무엇보다 혁신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혁신교육의 일반화 정책을 빠르게 실현하고자 혁신학교 전단계인 혁신공감학교를 1천723개 교(전체 학교의 89.4%)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자치교육 확립을 위해 경기도 지역교육현안협의회를 체계화해 지방교육자치 체계를 확립했다. 특히 여기에는 학생대표들이 참여해 학생의 관점과 바람을 지역교육 목표에 반영하기도 했다.

경기교육과 학생들이 받은 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경기도는 그동안 학생 수는 26.3%(2015년기준)를 차지하나 보통교부금은 21.0%를 받아 예산상 불이익을 받아왔다. 도 학생들은 결국 타 시도 학생들보다 평균 약 187만 원(2014년기준) 적게 교육비를 배정받아 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16년 교부금 배부에 학생 수 비중을 높였다.

-2015년 누리과정 예산 문제 해결 촉구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기 위해 1인 시위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가장 시급한 문제와 향후 계획은.

▶가장 시급한 현안은 교육재정 문제다. 누리과정 하나의 예산이 유·초·중등에 지원되는 학교기본운영비를 초과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이는 교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재 교육청으로서는 대안이 없다. 2015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누리과정 문제가 첨예한 과제로 대두됐을 때 정부는 두 가지를 약속했다. 법령을 개정해 교육청이 감당하는 데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것과 교부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오히려 의무편성하도록 강제조항을 만들어 버렸고, 2016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어떠한 방법도 제시하지 않고 강압만 하고 있다.

부족한 재원에 지방채를 내가며 한 해를 버텨 왔다. 그 결과 시도교육청별로 교육복지가 후퇴하고, 주요 교육사업은 반토막 나고, 교육환경개선사업은 쪼개기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부와 국회는 누리과정 관련 예산과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발생할 보육대란의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전가하지 말고, 책임 있는 모습으로 나서 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1년간 현안협의회를 통해 돌아본 지역 교육환경은 어떠했나.

▶현장으로부터 들려오는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지역의 특색을 담아 그 지역에 맞는 교육브랜드를 구축하고자 31개 시·군별 지역교육현안협의회를 진행해 왔다. 이를 통해 1천280만 도민과 31개 시·군의 각 지역마다 서로 다른 환경과 역사, 문화를 교육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도·농복합지, 신도시 개발, 민통선 주변 접경지대, 해안지대 등 경기도가 지닌 다양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경기도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결국 경기도 교육의 브랜드를 만들고, 경기도만이 가질 수 있는 엄청난 파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다양성을 동력으로 삼아 고유의 색깔에 맞는 역동성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메르스에서 느낀 교훈과 단원고 교실 존치 문제에 대한 계획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안전교육은 이제 중요한 내용이 됐다. 학생들이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학생들 스스로가 그것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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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를 이야기하자면, 단원고를 ‘더 좋은 일반고’로 만들어 가는 것이 희생 학생과 교사들을 기리는 일이며, 반드시 이뤄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목표다.

교실 존치 문제는 여러 방안을 갖고 다각적인 방향에서 논의 중이다. 최대한 합의를 통해 마련된 결과에 따라 문제를 풀어가겠다. 신입생들이 단원고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다.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

-꿈의학교 개교 1년과 혁신학교 추가 선정, 앞으로의 과제는.

▶쉼과 꿈을 꾸면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고, 사교육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예술문화활동을 접할 수 있으며 학교를 떠난 학생을 품을 수 있는 학교가 바로 ‘꿈의학교’다. 지난해에는 51개의 꿈의학교가 시범적으로 운영됐다.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이 꿈의학교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16년도에는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꿈의학교를 좀 더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원한다면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꿈의학교도 해 볼 계획이다. 학생들 스스로 도전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찾아가고 가르치면서 주도적으로 무엇인가를 해 본다면 결국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이러한 자신감을 안고 학교로 돌아가면 공교육도 변화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2016년 경기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자면.

▶2016년에도 변함없이 ‘학생중심·현장중심’ 교육으로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겠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시 혁신학교 일반화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4·16교육체제와 학교민주주의 확립이다.

2016년도, 학교민주주의 제도 개혁과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해 민주시민교과서뿐만 아니라 평화시민교과서, 세계시민교과서를 개발·보급하겠다.

경기혁신교육,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고 혁신학교, 혁신공감학교, 혁신교육지구 시즌Ⅱ 운영을 내실화하겠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지원을 강화해 교원의 역량을 높이고, 경기교육 연수 혁신을 통해 연수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이다.

특히 누리과정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은 유·초·중등 교육을 포기하라는 의미다.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쾌적한 교육환경과 행복한 학습권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교육감의 책무다.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대담=문완태 기자 myt@kihoilbo.co.kr

정리=김가현 기자 hy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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