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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할리우드 여배우의 이상적인 체형은 글래머였다. 마릴린 먼로로 대표되는 육감적인 몸매가 대세를 이루던 시절, 그 분위기를 단번에 역전시킨 여배우가 등장한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뇌쇄적이기보다는 순수한 느낌의 커다란 눈망울의 여인. 그녀에게서는 백치미보다는 지적인 이미지와 고급스러움이 묻어났다.

등장과 함께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배우는 이후 세기의 미녀라는 찬사와 함께 스타일 아이콘으로도 사랑받게 된다. 은퇴 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그녀가 보여 준 인류애와 인도주의적 행보는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빛나는 선행으로 세계인의 칭송을 받았다.

오늘은 모든 면에서 아름다웠던 세기의 배우 오드리 헵번의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이 그녀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작품이라면, ‘사브리나’는 그녀의 스타성을 공고히 해 준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뉴욕 주 롱아일랜드 북쪽 해안에 위치한 부유한 래러비 저택. 래러비 일가와 함께 살아가는 운전기사 페어차일드에게는 사브리나라는 예쁜 딸이 있었다.

 언제나 밝고 명랑한 그녀였지만 짝사랑의 열병에 빠지게 되면서 사브리나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지는 일이 많았다.

그녀가 짝사랑한 대상은 다름아닌 래러비 가의 사고뭉치 둘째아들 데이비드였다. 천하의 바람둥이인 데이비드는 늘 연애사업으로 바빴다. 그런 그에게 사브리나는 눈에 띄지도 않는 존재였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시름하는 딸을 보다 못한 아버지는 그녀를 파리의 요리학교에 등록시킨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브리나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려 노력했지만, 래러비 가에서 데이비드와 재회한 그녀는 식지 않는 자신의 감정을 재확인한다.

한편, 두 번의 이혼 전력이 있을 만큼 화려한 여성편력을 나타낸 데이비드는 세 번째 결혼을 앞둔 시점에 사브리나와 재회하게 된다. 파리에서의 생활을 통해 요리 능력뿐 아니라 세련된 매너와 스타일까지 겸비하게 된 그녀는 더 이상 눈에 띄지않는 운전기사의 딸이 아니었다.

사브리나의 매력에 데이비드는 호감을 갖게 되고, 두 사람의 인연은 그들만의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그 누구도 축하해 주지 않는 이들의 만남은 많은 반대와 시련에 봉착하게 된다. 과연 사브리나는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

1954년 빌리 와일더의 연출 아래 오드리 헵번, 윌리엄 골든,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사브리나’는 유럽 출신의 오드리 헵번을 완벽한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앞선 작품 ‘로마의 휴일’보다 경쾌한 느낌의 로맨틱코미디 장르인 ‘사브리나’에서 헵번은 순수하고 청초한 이미지와 함께 밝고 상큼한 느낌까지 가미해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패션의 역사에도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작품으로도 유명한데, 영화배우에 대한 의상 협찬을 시작한 최초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헵번이 극 중에서 소화한 몸에 딱 붙는 검은색 스웨터와 다리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는 발목 길이의 검은 팬츠는 ‘햅번 스타일’이라 불리며 지방시를 세계적인 패션하우스로 격상시키는 데 일조한다.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이 작품에서 그녀는 찬란하게 아름답다. 그리고 우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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