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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희 경기도의회 교육재정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지난달 31일 경기도의회는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2016년 새해와 동시에 준예산 편성이라는 광역자치단체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경기도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도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돼 무척이나 송구하고 면목이 없을 따름이다.

 당초 경기도의회는 12월 18일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누리과정 지원에 대한 여야의 의견차가 커 계속 협의를 해 왔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31일에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던 것이다.

 굳이 대통령의 공약사항임을 말하지 않더라도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과 취업난으로 인해 청년층은 갈수록 사는 게 힘들어지고 있고, 출산은커녕 결혼조차 기피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보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보육정책이 바로 누리과정인 것이다. 올해 정부 본예산에 누리과정 지원예산은 정확히 0원이다. 필요한 예산은 4조 원인데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를 통해 특별교부금 3천억 원을 편성해 지원하기로 했다고 언론에 장황하게 보도됐지만 이 역시 실상은 목적예비비 방식으로 편성해 누리과정에 우회 지원해도 괜찮다는 해석으로 편법 이용되고 있을 뿐이어서 공식적인 중앙정부의 누리과정 지원예산은 결국 없는 셈이다.

 혹자는 연일 정부에서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경비가 이미 지방교육청에 교부금으로 지원했는데, 진보교육감이 고의로 예산편성을 하지 않는 게 아닌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속사정을 살펴보면 전체 예산은 그대로인데 세부 항목에 ‘영·유아 보육 지원’이라는 문구만을 추가로 삽입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문구만 추가하고 예산을 지원했다 하니 참으로 봉이 김선달도 곡할 노릇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누리과정으로 인해 2014년 8천939억 원, 2015년에는 1조302억 원을 지출했고, 올해는 1조659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누리과정 지원 덕분에 도교육청은 벌써 빚만 3조5천억 원에 이르고 있으며, 올해도 빚으로 누리과정을 지원하게 될 경우 추가로 1조 원 이상의 지방채를 발행하게 돼 바야흐로 순수 빚 5조 원 시대, 전체 예산의 50%를 부채로 떠안은 교육기관이 등장하게 된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계속된 누리과정 지원 떠넘기기로 인해 지방교육청의 파산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지금 이 시간 자녀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자녀를 맡고 있는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 또한 고용이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요 며칠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기사들로 말미암아 도의회 교육위원을 맡고 있는 필자의 전화기도 처지를 하소연하는 항의성 주민들의 성화로 연일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고 있다.

 사실 영·유아를 둔 학부모들에게 있어 누리과정 지원에 필요한 돈의 출처가 교육청인지 국가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1인당 GDP 3만 달러를 바라본다는 나라의 교육정책이 이렇게 무대책으로 한심할 수 있는지 우려스럽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그리고 시행령 제39조에 항목을 신설해 보육과정 지원을 교육감이 예산에 의무편성하도록 법적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행령 개정 꼼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1조 목적에서 규정한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위해 교부금을 사용한다는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써 법률이 위임하지 않은 사항을 시행령에 담은 정부 스스로 불법을 자행한 자충수에 불과하다. 어떻게든 예산 지출 없이 공약을 이행하려는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라 할 것이다.

 경기도의 준예산 상황을 가져온 누리과정 문제는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의 어린이와 제주도의 어린이가 다르지도 않고 다르게 대접받아서도 안 된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교육에 관해 책임과 일관된 자세가 필요하다. 교육에 대한 투자 없이 선동 구호로 여론몰이에 혈안이 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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