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작가 고경옥의 시는 솔직하다. 여성 작가로는 드물게 관능적이며 에로티시즘을 노래한 시가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걸쭉한 욕설이 귀여운 시어가 돼 종횡무진으로 시의 세계를 누비기도 한다. 201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해 2014년 11월 출간된 첫 시집 「안녕, 프로메테우스」에서 선보인 파격적인 시어와 개성 넘치는 시 세계가 시인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고 작가가 지향하는 시 세계가 궁금했다.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백년 동안의 고독’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처럼 현실과 환상, 역사와 설화, 객관과 주관이 황당할 정도로 뒤섞인 가운데에서도 현실을 보다 날카롭고 깊이 있게 표현한 ‘몽환적 리얼리즘’을 제 작품에 담고 싶어요."

그런 탓일까? 그의 작품세계는 서로 어울리기 어려운 ‘가정주의’와 ‘에로티시즘’이 맞물려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공광규 시인은 "시인 브라우닝이 ‘일찍 누리는 천국’이라 표현한 가정을 소재로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이 많다"며 "가장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상품화되고 왜곡된 사회의 에로티시즘을 가정의 울타리를 지키는 아름다운 삶의 가치로 바꾼 작품들"이라고 평했다.

그 중 하나가 ‘편지를 쓰다’라는 시이다.

"아파트 정문 앞 플라타너스 나뭇잎 사이로/ 빨간 우체통이 서 있다// 그 앞을 오가며/ 아무도 모르게 그 속에다/ 낙엽이나 꽃잎을 집어넣을 때처럼/ 남편의 몸속에 쓰윽 손을 넣는 밤이 있다//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낙엽이나 꽃잎 같은 노래가 흐르는 몸/ 왜 그 순간 갑자기 편지가 쓰고 싶었던 걸까/ 분명 속으로만 되뇌었을 뿐인데// 벌떡, 남편이 날 하얀 종이처럼 펼쳐놓고/ 편지를 쓴다// 글자가 뜨겁다"

"체온의 시로 뿜어내는 열기가 너무 강해 에로틱한 야성이 넘쳐 흐른다"는 주위의 평에 대해 작가 고경옥의 대답은 간단했다. "있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쓴 것일 뿐, 작가로서 제가 가진 색깔로 봐주세요."

"시가 야하다"라는 말에 빙그레 웃으며 한마디 덧붙인다. "내 안에 있는 것을 솔직하게 내뱉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가슴에 금방 와 닿는 작품이 좋은 시가 아닐까 생각해요. 요즘 시는 너무 난해한 경우가 많아 문제죠."

솔직한 시어와 시 낭송회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2015년 인천예총 예술상 시상식에서 문학 부문 표창을 받았다.

"시집이 인천지역을 넘어 전국 시인들에게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자의 칭찬에 답한 시인 고경옥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제 글에 관심을 기울여 준다는 것이 정말 고맙고 황송할 따름이죠. 하지만 안타까운 점을 한 가지 지적한다면, 시인만이 시집을 사는 요즘 세태가 좀 아쉬워요. 많은 분들이 시집을 사서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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