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14년 문화향수실태’에 따르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관람 희망 공연예술 분야’ 설문조사에서 미술 등의 전시회가 14.5%로 연극(25.2%)에 이어 두 번째로, 음악회·오페라(10.0%)보다 높았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연보다 자주 볼 수 없는 연극·전시회 관람에 대한 갈망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천도 마찬가지다. 시립미술관도 없고 이렇다 할 만한 갤러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나름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는 선광미술관 등 개인이나 재단이 운영하는 일부 문화공간들이 없다면 인천 미술계의 명맥을 유지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게 사실이다.

‘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양한 전시회를 이어가고 있는 인천의 대표 갤러리들을 소개해 본다. <편집자 주>

▲ ▲ 갤러리 지오 고진오 관장
▲ 갤러리 지오 고진오 관장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1천여 명의 화가들이 ‘인천의 갤러리’로 망설임 없이 추천하는 곳은 고작 10여 개소에 불과하다. 그 중 폐업 걱정 안 하는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미술관을 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갤러리는 모두 개인·재단이 운영 중이다.

그 중 으뜸이 2014년 8월 15일 인천시 중구 해안동 2가에 개관한 ‘갤러리 지오(GO)’이다. 각종 갤러리와 아트스튜디오가 골목마다 있는 서울의 인사동 거리를 표방하며 개관한 지 2년 만에 인천의 대표 갤러리로 자리잡았다.

개관 전시 ‘2014 신포로드 815전(展)’에 이어 ‘2015 환경테마전, 반딧불이 마을’, 지자체가 운영하는 미술관도 엄두를 못 낸 ‘2015 광복 70주년 기념 33인전(展)’ 등의 기획전이 인천 미술계의 호평 속에 마무리된 대표 전시다.

여기에 또 하나 지역 화가들의 칭찬이 이어진다. 갓 미술대학을 졸업한 신예 작가부터 명성이 자자한 원로 작가까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갤러리로, 이는 갤러리 지오가 내세우는 차별점이기도 하다.

지난 8일 끝난 ‘소통 2016 아트캘린더전(展)’에 출품한 오진동(52)화가는 "미술관마다 특색이 있지만 화가의 그림이라면 언제나 전시될 수 있는 문턱 없는 미술관이라는 점이 바로 갤러리 지오의 최대 장점"이라며 "게다가 인천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이 팔리는 곳도 갤러리 지오"라고 치켜세웠다.

사실이다. 무료 대관이 많기로 유명한 인천 미술계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미술관이 살아남으려면 나름대로의 전략이 필요한데, 갤러리 지오가 주목한 것은 바로 ‘좋은 작품은 꼭 팔린다’라는 점과 ‘철두철미한 운영’이다.

인천에서 늘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로 자리잡기 위해 전시를 거른 적이 없을 정도로 갤러리 지오 고진오(54)관장의 열정은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 갤러리 내부 모습.
▲ 갤러리 내부 모습.
인천가톨릭대 사회교육원 출강과 환경미술협회 인천시지회장으로 활동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일주일 단위로 갤러리 전시를 구성하자는 원칙을 한 번도 깨지 않았다.

이쯤 설명하면 갤러리 지오를 매우 넓고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미술관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갤러리 지오의 건물은 낡은 흙집을 헐어 3층 총 160여㎡ 규모로 새로 지은 소규모 공간에 불과하다.

갤러리 지오를 찾은 관람객들이 "아들딸에게 집 대신 좋은 그림을 물려주시는 것이 최고의 유산입니다"라는 고진오 관장의 친절한 설명에 생애 처음으로 자연스럽게 그림을 구입하는 자신을 보며 한 번 놀라고, 이 작은 미술관이 인천에서 명실공히 대표 갤러리로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두 번 놀라는 경우가 많다는 게 지역 화가들의 전언이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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