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jpg
▲ 류권홍 원광대 로스쿨 교수
진부해 보이지만, 인천의 가치와 인천의 미래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필수적으로 제시되는 두 단어가 관문과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천의 가치 논쟁은 인천의 현실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정책은 현실에 발을 디디고 시작돼야만 구체화되고 설득력이 있게 된다. 그런데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인천의 현실은 인천이 바다에 접하고 있으며, 하늘길 또한 인천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다가 물류의 중심인 근현대사에서 우리나라도 서울이라는 수도로 오가는 물동량의 대부분이 인천을 통해 오갈 수밖에 없었다.

만약 냉전시대와 한국전쟁이 없었고,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처럼 우호적이었으면 부산이라는 항구도시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냉전으로 인해 미국, 일본과의 교역을 통한 경제성장이 살길이었던 시대적 산물이 부산인 것이다.

여기에 인천의 수심이 낮기 때문에 대규모 화물선이 오갈 수 없었던 한계와 당시의 정치적 현상들이 부산 중심의 항만정책을 생산해 낸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인천·평택·목포 등 서해의 항구들이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 북핵 문제의 해결 등 막연한 가정을 전제할지라도 북한까지 서해안 시대의 주체로 참여하게 되면 인천이라는 지정학적 장점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하늘길이 아무리 확대되더라도 바다는 저렴하게 대량 수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기 때문에 꾸준히 경쟁력을 잃지 않을 것이다.

지중해의 역할이 감소하면서 그리스와 로마가 중심에서 벗어난 것처럼, 강을 통한 물류가 약화되면서 노량진이나 강경에서 인천이나 군산으로 중심이 이전된 것을 우리의 역사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바다를 지배했던 스페인·영국 등이 역사의 중심이 됐던 것이다. 다시 한 번 해양사와 근대사가 역사가 바뀌게 되는 것은 바다를 육지의 연장으로 보고 해군을 육군의 일부로 생각했던 스페인과의 해전에서 바다를 바다로 보고 함포를 중심으로 하는 해전을 준비한 영국이 승리하면서 세계의 지배자가 된 것이고, 지금은 그 식민지였던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런던·뉴욕·도쿄·상하이·시드니 등 대부분의 국제적인 도시들은 항만을 끼고 있다. 즉, 관문도시인 것이다. 관문도시에서 다른 곳으로 물류를 이동시키자면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관문도시에 사람이 몰리고, 공장과 일자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 대도시들이 발달됐다.

그렇다면 관문도시가 되기 싫다고 회피하기보다는 관문도시의 장점을 살려서 그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인천은 항만산업단지도 없고, 그 흔한 해양대학도 없다. 환경침해라는 이유로 선박수리단지 육성은 답보 상태에 있다. 산업과 공단을 버린다면 우리의 일자리는 어디서 만들고 미래는 어디서 찾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난 이야기지만, 선박수리단지 조성에 대해 반대 기자회견을 했던 인천 서구청장은 그 이전에 수도권매립지 연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부터 했어야 한다.

그래야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는 것이고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는 단체장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선박수리단지를 반대한다면 서구의 장래와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다른 대안도 제시했어야 한다.

인천에 적합한 산업을 육성하되 환경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인천시장을 포함한 단체장 그리고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인천시장이 새해 구호로 인천은 관문이 아니라 중심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 연장에 앞장서서 승인하고, 해양경찰의 이전조차 막아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인천을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바다 지킴이인 해양경찰을 내륙으로 보내도 된다는 바탕에 인천을 관문으로 보지 않으려는 사고와 관문적 도시를 비판적으로 보는 철학이 자리잡고 있다면 인천을 이해하기는커녕 잘못된 길로 이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인천은 바다와 하늘로 오가는 관문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고, 동북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인천은 내륙의 세종시도 아니고, 한강을 끼고 있는 김포시도 아니다. 김포적 사고로 인천을 이끌고 있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