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한무대 대표인 최종욱 씨와 극작가인 진윤영 씨가 객석에 다정히 앉아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다.
▲ 극단 한무대 대표인 최종욱 씨와 극작가인 진윤영 씨가 객석에 다정히 앉아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다.

"50대가 될 때까지 연극에 미쳐 살았네요. 다섯 편의 작품이 우리 부부의 자식인 셈이죠."

극단 한무대 최종욱(59)대표와 진윤영(50)극작가는 인천 연극계에서 알아주는 부부다. 아내 진윤영 작가가 쓴 ‘능허대 사랑비’, ‘용서’, ‘무화과 꽃 피었네’, ‘닻’이 남편 최종욱 대표의 손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고, 신작 ‘바람꽃’도 곧 관객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남편의 "당신이 희곡 한 번 써 봐"라는 뜬금없는 한마디에 2011년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한 진 작가가 연극에 늦게 발을 들인 반면, 최 대표는 연극이 좋아 무작정 극단생활을 시작해 연극계를 떠나 본 적이 없는 인천의 대표 연극인이다.

작품의 수준이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금세 망하는 것이 다반사인 연극계에서 이들이 손을 합쳐 이뤄 낸 성과는 기적에 가깝다.

2012년 12월 연수문화원 무대에 올려진 진 작가의 작품 ‘능허대 사랑비’는 인천시 연수구 능허대에 내려오는 전설, 아선(대장군)과 송화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좋은 희곡이라는 평과 함께 지금까지도 다른 지역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진 작가는 "인천에 내려오는 전설을 다룬 이 작품을 올해 서울예고 신입생들이 무대에 쓰고 싶다며 학교에 초청해 기분이 무척 좋았다"며 "능허대 사랑비 등 5편의 작품을 모아 인천에서 보기 드문 희곡집도 최근 냈다"고 말했다.

극단 대표인 남편에게 아내가 쓴 작품 평을 들어봤다.

최 대표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로 인간 삶의 원초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많다"며 "의자매처럼 살던 두 어머니가 자식들로 인해 서로 원수지간으로 변하면서 벌어지는 기구한 사연을 그린 ‘용서’가 그 중 제일 낫다"고 평했다.

그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2012년 제30회 인천항구연극제에서 호평과 함께 작품상과 남녀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인천문학경기장 내 문학시어터 공연에서 거의 전석 매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총 144석의 문학시어터에서 관객 50여 명만 차도 성공한 연극이라는 평을 듣는 마당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드문 경우였다.

이 부부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출품을 준비하는 신작이 있다. 암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 아내의 슬픔을 표현한 ‘바람꽃’이다. 4월 공연을 앞두고 2월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종욱 대표와 진윤영 작가는 "바람꽃은 우리에게 다섯 번째 자식과 같은 존재"라며 "참신한 기획과 철저한 배우 연기 지도 등을 통해 척박한 인천 연극계에서 성공신화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진윤영 작가의 희곡집 「바람꽃」의 출판기념회는 23일 오후 4시 인천 남구 홈플러스 숭의점 지하 2층 엘레나키친에서 열린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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