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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준모 안산시의회 의장
30년은 세대가 바뀌는 시간이다. 부모가 속한 시대가 끝나고 자식이 속한 시대가 시작된다. 서른 살이 된 자식은 부모에게서 독립해 남은 인생을 스스로 살아내야 한다. 안산시도 올해로 시 승격 30주년을 맞았다. 도시 발전을 위해 이 ‘30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세대의 패러다임을 버리고, 도시 성장의 새 동력을 찾기 위한 밑그림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안산시는 산업시설과 주거시설을 갖춘 자족형 계획도시로 조성됐다. 반월산업단지(현 안산스마트허브)의 배후 도시로 지난 30년간 한국의 산업 발전을 주도했다. 바다를 인접한 작은 농어촌 마을에서 경기도내 6위권 대도시의 위치에 올라섰다.

그 동력의 상당 부분이 산단에서 나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도시는 사람이 모여 사는 터전이다. 도시의 발전을 이끄는 힘도 결국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 사람이 살고 사람이 모이는 도시여야 발전을 논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수년째 안산시의 인구가 정체되고 있는 현실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안산시의 인구는 시 승격 이후 도시 성장과 함께 급속도로 늘어나다가 2008년부터 정체되기 시작했다. 1989년 인구 20만 명에서 2배인 40만 명으로 불어나는 데에는 불과 4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 1997년 54만 명에 도달한 뒤부터는 증가세가 꺾였다. 74만 명을 달성한 2008년 후에는 계속해서 75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인구 추세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안산스마트허브와 관련이 있다.

1993년 이후 매해 2만~5만 명씩 인구가 증가하다가 IMF 사태가 있던 1997년부터 1999년까지 3년 동안 인구에 변화가 없었던 점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도시 인구가 정체 상태에 빠진 것도 스마트허브 기업들의 경영 상태와 가동률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안산스마트허브 기업들의 경영 여건과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고, 이것이 다시 인구 유입을 저해하는 모양새다.

 스마트허브의 산업구조 변화도 안산시의 인구 구성에 큰 변화를 줬다. 기계업종과 전기·전자업종이 전체 기업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업체로부터의 스핀오프(spin-off, 회사 분할)에 의한 외주가 늘어나면서 50인 미만의 소기업이 94.5%(2013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영세화가 심화됐다.

기업들이 영세화되자 내국인보다는 저임금의 외국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덩달아 도시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등록외국인만 따져도 외국인 인구는 전체의 7% 선을 상회한다. 한편으로는 공장 자동화로 인해 필요 노동력이 점차 줄어들었다. 청장년층의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면서 인구 정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안산스마트허브를 기반으로 한 인구 유입이 도시 성장의 거의 유일한 동력이었다면, 이제는 더 다양한 해답지를 찾아야 할 때다.

 그래야 도시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시화MTV 단지의 성공적인 안착도 새로운 해답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안산스마트허브의 구조고도화 사업과 재생사업을 착실히 추진하고, MTV 단지도 당초 조성 목적대로 첨단 및 친환경 기업들의 입주를 유도한다면 안산시 인구는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또 2~3년 내로 완공이 가시화된 소사∼원시선과 수인선 복선전철, 2017년 착공 예정인 신안산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인천발 KTX역 설치 등 안산시와 연계된 철도망 구축사업들도 도시 성장과 인구 유입의 큰 호재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도시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안산시의 매력을 키우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동안의 낡은 이미지를 걷어내고, 젊은 도시 안산시에 걸맞은 새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서른 살 청년기를 맞은 안산시가 ‘제2부흥기’를 맞이하려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이미지 구축 작업이 필수다. 도시마케팅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도시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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