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의 유일한 실업씨름단인 ‘연수구 씨름단’이 해체 위기에 놓였다. 만성적인 성적 부진과 감당하기 어려운 운영비용 등으로 더 이상 씨름단을 유지할 수 없다는 연수구의 판단 때문이다.

연수구 직장운동경기부인 ‘연수구 씨름단’은 지난 1996년 1월 창단해 현재 코치 1명 등 12명이 선수단에 소속돼 있다.

씨름단 창단 당시부터 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연수지역의 도시 이미지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초자치단체별로 할당한 운동부를 운영, 지역 정서와 괴리감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시비 1억 원과 구비 7억6천만여 원을 포함해 8억6천만 원이 투입되는 등 인천지역 군·구 중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운동부 존속 시비도 이어져 왔다.

구는 이 같은 이유를 들며 인천시가 씨름단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합당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신 지역 정서나 도시 이미지에 맞는 다른 종목의 운동부를 운영하겠다는 판단이다. 일례로 지난해 4월 여자유도부에서 여자태권도로 직장운동경기부를 교체한 동구의 사례를 꼽기도 했다.

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수구 직장운동경기부(씨름단) 종목 변경 건의서’를 최근 인천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구의 요청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 구가 경기부 교체를 요청한 것은 지난해부터지만 시가 번번이 퇴짜를 놨기 때문이다. 시는 동구의 경우 유도부와 태권도부의 운영비용이 비슷해 교체가 가능했지만 씨름부는 다른 경기부와 투입비용이 달라 사실상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구는 현재 시가 연간 4억 원을 투입해 운영하는 사이클 선수단으로 대체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연수구가 부족한 경기부 운영비 일부를 지원할 경우 종목 교체를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로써는 쉽지 않은 상태"라며 "안타깝지만 광역단체에서 국내 경기가 유일한 씨름단을 운영하는 경우 또한 드물어 구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연수구 씨름단 관계자는 18일 "우리나라 전통 기예이자 스포츠인 씨름이 이렇게 외면받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며 "구가 성적 부진을 경기부 교체의 한 원인으로 꼽았지만 우리 씨름단은 성적이 부진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l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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