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복수.jpg
▲ 최복수 인하공업전문대학 호텔경영과 교수
페이스북의 창업자 저커버그는 첫 딸 믹스를 낳고, 자신과 부인 프리실라 챈이 살아있는 동안 페이스북 지분의 99%(약 370억 달러)를 딸을 위해 설립한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사실 미국의 이러한 기부 릴레이는 더 이상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재산 중 약 85%에 해당하는 370억 달러를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를 약속했다는 소식이 2010년 7월에 들려왔다.

그는 그 이전부터 자신의 재산 1%만 남기고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워렌 버핏은 또한 자신과 같이 돈이 많은 사람은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들의 행동과 말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진정한 실천이 아닌가! 우리에게도 재계에서의 기부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현대가에서는 5천억 원의 재원으로 사회복지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했고,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2007년 설립한 ‘해비치재단(현재는 정몽구재단으로 이름을 변경함)’에 5천억 원을 교통사고 피해가정 장학 지원과 다문화가정 교육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국회도 기부문화의 확산을 위해 일명 ‘김장훈법’이라는 ‘명예기부자법’이 지난해부터 발효됐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재계의 기부가 이유야 어찌됐든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도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의 역사는 매우 깊다. 경주최씨 부자 집안,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역사적으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나눔을 실천한 이야기는 많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기부란 본래 자신이 가진 것을 대가성 없이 자유의지에 의해 나누고 베푸는 자선행위이며, 학습에 의해 전파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부의 학습행동은 미국사회에서 통계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기부는 학습활동이라는 측면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현대가와 현대자동차 오너들, 삼성과 기타 재계 인사들 그리고 최근 한미약품 회장의 주식 증여와 기부행위 등은 이유야 어떻든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와 함께 우리 시민사회에서도 가슴 따뜻한 기부를 실천한 분들의 행동과 활동이 들려오고 있다. IMF시절 온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에서부터 노부부가 근검·절약하며 살면서 대학에 기부한 이야기, 수재민 혹은 기타 재난을 당한 이웃에게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사랑을 베푼 이야기, 행상을 하는 할머니의 선행 이야기, 심지어 정부에서 주는 기초생활자금을 쪼개 나눔을 실천한 이야기 등 많은 나눔의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가 이러한 나눔의 사연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뭔가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는 것은 사랑의 소리에서 오는 희열이 아닐까!

 그럼에도 우리의 기부문화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선진국의 개인 기부금은 전체 기부금 중 약 70%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개인 기부금은 전체 기부금액 중 약 50%를 넘어선 수준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개인 기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회는 어떠한 이유로든 너무도 모자라고 부족해 아픔과 시련의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시련은 참으로 고통스럽고,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의 쓰라림의 강도를 짐작하지 못한다. 기부는 그렇게 고통스럽고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진정한 선의 경지는 아닐런지.

 그래서 우리는 기부를 행한 사람을 존경하고, 공경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대학을 보면 德本財末(덕본재말)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덕(德)이 근본이요, 재산(財)은 사소한 것’이라는 말이다. 이웃에게 덕을 베풀어라. 덕을 베풀다 보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재(財)가 모인다. 덕본재말의 철학이다.

 새해를 맞아 우리 사회도 기부에 관해 좀 더 깊이 생각할 시점이 다가온 것 같다. 기부활동의 전염에 의한 선(善)바이러스가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의 등불이 되기 위해 노력해 보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