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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외과 교수
간혹 국내에서도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싱크홀(Sink Hole)이란 글자 그대로 가라앉아 생긴 구멍으로, 지반 속의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빈 공간이 생겨 땅이 주저앉으면서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속에서도 ‘싱크홀’과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게실이라는 것인데, 게실은 약해진 장벽을 통해 발생된 ‘주머니’이다. 게실이 존재하는 상태를 ‘게실증’이라 하고, 장속에 생긴 그 틈새(게실)로 대변과 같은 오염물질이 들어가서 염증이 생긴 상태를 ‘게실염’이라 한다.

 장속에 이러한 틈새가 생기는 원인은 명확하게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대장 속의 압력 증가로 해당 부위가 바깥으로 튀어나오면서 게실이 생기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대장 속의 압력 증가의 주된 원인은 저식이섬유 식이로 인한 변비다. 장내에서 대변이 원활하게 이동하지 못해 더 큰 압력으로 대변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게실은 섬유질 섭취가 적은 서구화된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매우 흔한 질환이다. 또한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 발생률이 높다.

 지역에 따라 질병 양상이 다른데, 서양에서는 좌측결장게실이 90%에 달하지만 동양에서는 우측결장게실이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보통 좌측에 생기는 게실은 후천적인 것으로, 우측에서 발생하는 게실은 선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게실증은 가끔 가벼운 복통이나 팽만감 또는 변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이 증상을 호소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에게 게실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내시경 검사로 우연히 발견됐다 하더라도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장속에 게실이 있다면 식이섬유질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질은 대변을 부드럽게 하고 장내에서 대변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 게실염과 같은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틈새로 오염물질이 들어가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염물질로 인해 염증 혹은 감염이 발생하게 된다면 극심한 복통과 함께 오한, 발열 등이 동반된다. 이러한 증상의 정도는 염증이나 합병증의 심각한 정도와 비례한다. 염증이나 감염이 심해지면 천공 혹은 농양이 생기는 ‘합병성 게실염’이 생기기도 한다.

 게실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일정 기간 음식을 먹지 않음으로써 장을 쉬게 하고 항생제를 투여하는 약물치료를 진행하며, 복통이 심한 경우 입원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거나 재발 혹은 천공, 장폐색 등의 합병성 게실염일 경우에는 외과적 수술을 고려한다. 수술은 일반적으로 게실이 있는 결장을 절제하는 것이 표준 치료 방법이다.

 게실염은 지금까지 서양에서 많이 발견됐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발병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장 게실병(게실증과 게실염) 환자 수는 4만9천여 명으로 5년 사이에 대략 1.5배 증가했다. 이는 육식 위주의 식단과 함께 섬유질 섭취에 소홀해졌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숨어 있는 게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현대인 병이라고도 불리는 게실 질환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도움말=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외과 박민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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