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집현 최경희 <왼쪽>대표와 이상희 상임연출가.
▲ 극단 집현 최경희 <왼쪽>대표와 이상희 상임연출가.
"국내 드라마가 한류 1세대를, K-Pop이 2세대를 이끌었다면 제3세대는 바로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에 있다는 생각이 세계를 돌아다녀 보고 얻은 결론입니다. 그 중심에 극단 집현이 서기 위해 올해 K-Culture를 주도하는 종합문화예술 주식회사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배우 전무송·최종원과 연출·극작가 조일도가 1980년 창단한 인천지역의 대표 극단인 집현(集賢)의 단장을 2003년부터 맡고 있는 최경희 대표의 야심찬 포부다.

그의 남편이자 극단 집현의 상임연출가인 이상희는 1997년 ‘제의와 놀이-코티(KOTTI·한국전통극연구소)’도 만들어 전통적인 샤머니즘 요소를 현대적인 퍼포먼스로 풀어내는 국내외 공연을 펼치고 있다. 그는 2012년 전문가들이 뽑은 연극 부문 차세대 리더에 선정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연출가이다.

1997년 결혼한 최경희 대표와 이상희 연출가는 "극단 집현이 인천의 상주극단으로 주로 활동하고 있다면 코티는 국내외 무대를 겨냥한 단체"라고 소개했다.

사실 극단 집현과 코티가 협력해 이룬 쾌거는 많다.

제일 먼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24개국을 돌며 국내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극을 문화상품으로 제작해 소개하고 있다. 넌버벌 타악 퍼포먼스 ‘Wish-Fulfillment’, ‘소원성취 발원이요’ 등이 대표 작품이다.

이들은 "2011년에 이어 2012년 방문한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립극장에서 15번의 커튼콜을 받았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며 "체코에서 열린 세계민속축제에서 천둥과 폭우 속에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7천여 명의 관객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최 대표는 "2008년 멕시코 사카테카스 세계민속축제에서 우리 팀을 마지막 무대에 올리는 이유를 물었더니 당시 멕시코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 공연팀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들이 펼치고 있는 한류 공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상희 연출가는 "한국 전통예술과 동양적 신비로움을 기술적으로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은 점이 성공 요인"이라며 "이것이 바로 극단 집현과 코티의 정체성이자 우리만의 색깔"이라고 평했다.

이런 인기는 한순간에 이뤄진 게 아니다. 이상희 연출가는 "세계 연극사의 고전인 ‘햄릿’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우리의 전통문화와 이미지를 녹여 낸 ‘햄릿 코리아’ 등 참신한 기획작품을 다양한 무대에 올린 것이 지금 성공의 밑거름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공만 있었던 건 아니다.

최경희 대표는 "존재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연극 ‘날짜변경선’과 대원군의 삶을 다룬 연극 ‘운현궁에 노을지다’를 서울 대학로에 과감히 올렸는데 몇 달 만에 9천여만 원의 적자를 봤다"며 "젊은 층이 좋아하는 주제에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야 하는 흥행 원칙을 따르지 않은 결과"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동 시대의 아픔을 건드리는 무거운 주제가 담긴 연극 공연을 시작하면서 흥행에 신경 안 쓰는 부자 연극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경희 대표와 이상희 연출가는 "최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품들로 다행히 우리들을 찾는 곳이 많아 걱정이 없다"며 조언 아닌 조언을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예술은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세계입니다. 소극장이 많아져 연극인들이 모여들고, 다른 지역과 교류하는 열린 공간으로 구축된다면 충분히 인천도 연극하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답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