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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일열 교수
대학을 졸업한 A군이 올해 다시 입학한 학교는 대학원이 아니었다. 그가 선택한 곳은 전문대. 일반대학(4년제)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학에 입학한 것이다. 4년제 대학에서 배운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취업이 잘 되는 전문대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런 학생이 요즘 많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9월 유기홍 국회의원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받아 공개한 ‘2012~2015년 일반대학(4년제) 졸업 후 전문대학 유턴입학 현황’을 보면 최근 4년간 4년제 대학 졸업생 중 전문대로 재입학하고 실제 등록한 학생이 5천17명이나 된다.

 이렇게 전문대에 다시 입학한 이유는 취업 때문이다. 일반대-전문대학 취업률의 격차를 보면 2012년 5.3%에서 2014년 8.4%로 확대됐다. 2014년 전문대 취업률은 61.0%인데 일반대학은 52.6%로 낮다. 전문대 유턴입학생이 선택한 인기 학과는 간호학과로 4년간 1천809명(36.1%)이 입학했고, 다음으로 유아교육과, 물리치료과, 사회복지과 순이었다. 계열별로 4년간의 전문대 유턴입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자연과학계열 유턴입학이 2천769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인문사회계열, 공학계열, 예체능계열 순이었다.

 이런 내용을 언론을 통해 보고 안타까웠다. 처음부터 전문대를 선택했으면 좋았을 텐데…. 첫 단추를 잘못 끼웠구나 싶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다시 입학함으로써 학부모는 어깨에서 짐을 내려놓을 새가 없다. 자녀의 대학 졸업으로 이제는 편해지려나 싶어 등을 펴려다 다시 구부린 학부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4년간 등록한 5천17명이 4년제 대학에 다니면서 2천288억 원을 쓰고, 전문대에 다니느라 1천588억 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돼 졸업비용만 총 3천857억 원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는 다시 대학에 다니기 위해 치러야 할 기회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취업난 속에 발생하는 새로운 풍속도라지만 이렇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학교, 학부모, 학생 모두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첫째, 고등학교에서는 진학지도 못지않게 진로지도를 강화해야 한다. 먼저 진로지도를 한 후 진학지도를 해야 한다.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발굴해 그에 맞는 진로를 설정하는 것이 먼저다.

학생이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에 종사하기 위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면 그때 진학지도가 필요하다. 학교의 명예를 위해 세칭 명문대 입학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고등학교 교문에 "OO대학 OO합격"이라는 펼침막을 더는 걸어서는 안 된다.

 둘째, 학부모나 학생은 4년제만을 고집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남자는 그래도 4년제를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했다.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전문대 유턴입학이 이를 잘 보여 준다. 그보다 학생들은 내가 어떠한 꿈을 갖고 있는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지 다양하게 찾아야 한다.

내 꿈을 이루는 데 전문대가 유리하다면 전문대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먼저 취업을 한 후 나중에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좋다.

 셋째, 학생들이 전문대를 선호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정부는 전문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매우 중요한 교육기관이다. 이렇게 배출한 전문인력이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면 전문가로 성장해 우리 사회가 발전한다. 그러므로 전문대학 졸업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자부심을 갖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것이 근본적인 청년취업난을 해소하는 길이기도 하다.

 올해 수험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심사숙고해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이들 중에는 4~5년 후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학생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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