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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립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피부과 교수
대상포진은 바이러스성 피부 질환의 일종으로 과거에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의 지각신경절에 증상을 일으키지 않은 채 잠복 상태로 있던 varicella-zoster 바이러스가 다양한 위험인자에 의해 재활성되면서 발생하는 수포성 질환이다.

 대상포진은 수두의 유행과는 관련이 없고, 가장 밀접한 위험인자는 고령이다. 이와 같은 면역력 저하 외에도 외상이나 피로, 정신적 스트레스, 종양, 혈액학적 질환에 의해 대상포진이 잘 발생하게 된다.

 최근 인간의 평균수명이 증가해 노인인구의 비율이 높아지고, 면역억제제의 사용과 악성종양 및 만성질환의 증가로 인해 대상포진의 발생 빈도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일반적으로 대상포진이 걸리면 몸의 좌우 중 어느 한쪽의 일정한 부위에 바늘로 찌르는 듯하거나 찢어지는 듯한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고 가려움증, 따끔거림, 화끈거림 등의 증상과 함께 간헐적인 압통과 이상 감각을 동반할 때도 있다.

 그 외에도 두통, 발열,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어서 발진과 물집을 동반한다. 물집은 차차 고름이 잡히다가 딱지가 돼 떨어지기까지 2~3주가 소요되며, 고령의 환자에서 더 심각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여러 신경절에 걸쳐서 발생할 수도 있고, 증상만 나타나거나 혹은 피부병변만 나타날 때도 있어 조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주로 가슴과 등을 포함한 몸통 부위에 많이 발생하며, 발생 부위에 따라 초기에 늑막염, 심근경색, 십이지장 궤양, 담낭염, 담석, 맹장염, 콩팥돌, 척추 디스크 등으로의 오진도 잦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상포진은 면역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치료를 받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질 수 있는 병이지만 통증이 심하고 치료가 늦어지면 합병증이 발생하고 후유증이 남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피부병변이 다 회복된 후에도 몇 달에서 수년 동안 통증이 남아 있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높은 비율로 발생하며, 특히 고령의 경우에 그 빈도가 더욱 높게 나타난다.

 또한 얼굴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경우 안면마비 또는 각막염, 결막염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눈의 염증이 실명을 유발할 수 있어 신경과와 안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에는 이러한 합병증의 위험도가 증가한다.

 대상포진은 빠른 치료가 높은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의심되는 경우 빨리 병원을 방문해서 진료를 받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상포진 치료 목표는 첫째가 통증의 조절이며, 그 다음으로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 합병증 예방 및 최소화이다. 치료에는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되며, 수포가 발생한 지 72시간 이내에 투여하면 피부병변의 치유를 촉진시키고 급성 통증의 기간을 줄여 포진 후 신경통 발생 빈도를 줄일 수가 있다.

 또 초기 수포 형성 시 병변에 대한 습포 치료가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통증이 심한 경우 수면장애, 피로, 우울증이 동반될 수 있어 진통제로 초기에 통증을 경감시킬 필요가 있다. 그 외에 열 찜질, 병변 내 주사 등을 이용해 통증을 경감시킨다. 통증이 심한 경우 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과음, 과식, 과로를 피하고 정기적인 운동과 휴식, 균형 잡힌 식사로 건강한 신체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대상포진 예방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수두에 비해서 전염력이 낮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수두를 앓지 않았던 사람, 어린이, 환자, 노인들과는 격리해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대상포진 백신이 개발돼 50세 이상인 경우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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