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렉션.jpg
4·13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정치권은 여전히 선거구 실종 상태로 설전이 뜨겁다. 선거 쟁점으로 분주한 나라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치러진 타이완 총통 선거나 2016년 미국 대선 관련 뉴스도 연일 뜨거운 소식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이 나라의 일꾼을 직접 뽑고, 국가의 주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일컬어진다.

오늘은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인 1999년작 ‘일렉션’을 소개하려 한다. 고등학교 학생회장을 선출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하이틴 영화로 보이기도 하지만, 풍자적인 웃음을 선사하는 블랙코미디 장르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총학생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오마하 주의 카버고등학교. 사실 이 행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오직 한 사람, 트레이시뿐이다. 매사에 자신만만하며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정적인 여고생 트레이시.

 그러나 그녀의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태도는 어쩐지 거부감마저 들게 한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데 유리한 스펙을 쌓고 싶은 트레이시는 총학생회장 선거의 단독 출마자로 나와 찬반투표만을 앞두고 있는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트레이시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선생님이 있었으니, 윤리 과목을 담당하는 짐이었다. 그는 3년 연속 학생들이 선택한 가장 좋은 선생님으로 꼽힐 만큼 모든 학생들에게 자상했고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을 쏟았다.

 단, 트레이시에게는 예외였다. 자신과 절친한 동료 교사가 트레이시와의 스캔들로 얼마 전 파면 당한 바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바라보는 짐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짐에게 트레이시는 윤리의식도, 도덕심도 없는 욕망덩어리로 보일 뿐이었다.

그런 학생에게 학생회장이라는 권력까지 쥐어졌을 경우 학교와 학생회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 짐은 그녀의 대항마 찾기에 열을 올린다.

그리고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미식축구부 주장인 폴을 입후보자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폴을 질투하는 여동생 타미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치게 되면서 이들의 진흙탕 전쟁과도 같은 삼파전, 아니 트레이시를 반드시 탈락시키고 싶은 짐까지 가세한 사파전이 시작된다.

영화 ‘일렉션’은 미국의 어느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블랙코미디로, 미국 정치에 대한 냉소적인 조롱을 담고 있다.

 진정한 선거의 의미에는 관심이 없는 입후보자 세 명과 그들보다 더 무관심한 유권자인 학생들과 교사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러운 한편 소름 끼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인물 한 명에게만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교사 짐과 세 명의 입후보자들의 이야기를 골고루 전하고 있다.

 네 가지 시점에서 펼쳐지는 정교한 짜임새와 재기 발랄한 화법은 시종일관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이들의 비상사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 내고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