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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성 변호사
최근 인천에서 연속적으로 터진 친권자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이 전 국민의 가슴에 큰 상처를 줬다.

 가해자인 친권자가 아이에게 준 신체적·정신적 학대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잔학하고 폭력적이었다.

 하지만 내 자식이고 자식의 미래를 위해 애정을 갖고 하는 행위에 대해 제3자가 무엇을 안다고 참견하느냐는 것이 아동학대 친권자들이 주로 주장하는 소리들이다.

 1998년 인천의 석바위 부근에 아동학대예방센터가 처음 발족했을 당시 필자는 초대 아동학대 사례판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된 적이 있다. 이 위원회의 기능은 친권자들에 의한 아동의 신체적·정서적·언어적·방임적 학대를 구분해 학대행위를 저지하고, 학대를 당한 피해 아동에게 가장 적합한 지원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모임이었다.

 그 후 2002년 당시 아동복지법에 따라 모 구청장의 이름으로 강화도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의 호적상 부모를 상대로 친권 상실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에는 아동학대라는 개념이 막 시작된 용어였고, 자식과 부모 사이에서 어떻게 친권을 상실시킬 수 있느냐는 의식이 강한 시기였다.

 필자는 그 소송을 전담해 처리하면서 결국은 법원으로부터 가해 친권자의 피해 아동에 대한 친권 상실 판결을 받은 바 있고, 아마도 이것이 전국 최초의 친권 상실 판결인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는 대략 10년 동안 100여 회에 가까운 아동학대 사례판정위원회를 개최했고, 수없이 많은 다양한 아동학대 사례들에 대해 개입과 판정과 지원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친권자에 의한 아동학대를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예방수단으로써 아동등록제를 주장한 바 있다.

 아이가 태어나 동 주민센터에서 출생신고를 하면 곧바로 아이에게 식별이 가능한 등록번호를 부여하고, 1년에 2회에 걸쳐 국가에 의한 정기적인 발육검사, 신체검사, 인지검사, 부모의 양육실태 검사, 주거 검사, 학습 검사 등을 체계적으로 시행할 경우에만 가정의 깊숙한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자행되는 친권자에 의한 아동학대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너무나 현실성이 부족한 주장으로 인식돼 전문가와 현장 실무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고, 결국 정책화되고 입법화되지 못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가정 내에서의 잔혹한 아동학대에 대해 다양한 방법이 제기되고 있으나 초창기 아동학대 예방센터에서 10년가량 현장을 체험하고 학대행위에 개입해 상당한 경험을 축적한 필자의 주장처럼 모든 아동에 대한 등록제를 즉시 시행하는 방안에 대한 필요성은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등록제를 시행하려면 더 많은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이 필요하고 더 많은 재원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미래 대한민국의 성장의 주축이 될 아이들이 가정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향후 가져올 사회적 비용과 개인들의 손실들을 종합해 보면 경제적인 문제로 머뭇거릴 일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꽃보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폭력적이고 잔혹한 친권자의 범죄행위로부터 지켜주는 일은 국가와 사회가 온전한 책임을 지는 일이며, 아동의 등록제는 그 책임을 이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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