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한(25·신한금융그룹)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아닌 아시아투어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그 우승이 더 빛을 발하는 것은 세계랭킹 204위가 1위를 꺾었기 때문이다.

송영한은 싱가포르오픈 마지막 날 조던 스피스(미국)가 무섭게 추격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타수를 끝까지 지켜내며 스피스를 따돌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 골퍼가 세계랭킹 1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잘 알려진 대회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양용은(44)은 당시 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당시 세계 1위였던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우승하며 전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만 해도 우즈는 최종 라운드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내며 펄펄 날았고,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른 경쟁자들은 제풀에 무너져 우승컵을 헌납하다시피 했다. 특히 우즈와 동반 플레이가 낯선 하위 랭커들은 여지없이 ‘붉은 셔츠의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러나 양용은은 마지막 날 우즈와의 맞대결에서 위축되지 않고 자신있는 플레이로 우즈를 제압하고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양용은이 당시 우즈를 꺾은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2005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겸 아시아프로골프 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우승했는데, 이때도 준우승이 공교롭게도 우즈였다.

이처럼 세계랭킹 1위가 마지막 라운드까지 참가한 대회에서 한국 남자 골퍼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양용은 이후 송영한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는 PGA 투어 통산 8승의 최경주(46·SK텔레콤)에게도 좀처럼 쉽지 않았다.

최경주는 2011년 5월에는 제5의 메이저 대회라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당시 랭킹 1위였던 우즈가 기권하면서 우승의 의미가 다소 약해졌다. 배상문(30)과 노승열(25·나이키골프)도 PGA 투어 우승 경험이 있지만, 상위권 선수들이 많이 출전하지 않은 대회여서 우승이 다소 퇴색됐다. 배상문은 2013년 5월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과 2014년 10월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우승했지만 모두 상위권자들이 출전하지 않았다. 노승열도 2014년 4월 취리히 클래식에서 우승했을 당시 모두 상위권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오픈 우승상금은 18만 달러에 지나지 않지만, 이번 송영한의 우승이 더 커보이는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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