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 열린책들 / 592쪽 /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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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보니 감옥에서는 하루 한 번씩 꼬박꼬박 산책을 시켜 준다는데, 산책은 어쩌다 한 번 뿐인 노인 요양소에서 지내느니 차라리 감옥이 낫겠어! "

스웨덴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장편 소설「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는 다섯 명의 노인들이 주인공으로 본의 아니게 범죄를 꿈꿔 시작한 모험을 담은 작품이다.

다이아몬드 요양소에서 함께 사는 다섯 노인들이 보행기를 끌고 다니는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는 누구도 의심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강도단을 만들어 국립 박물관에서 그림을 함께 훔치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탐정 소설의 광팬이자 노인 강도단의 리더인 메르타와 5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강도단의 브레인 오스카르, 전직 선원 베르틸, 암산의 여왕으로 자금책을 맡은 안나그레타, 그리고 가장 나이가 어린 스티나가 강도단의 주인공이다. 이 어리버리한 강도단의 좌충우돌 모험이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지난해 베스트셀러로, 스웨덴 작가인 요나스 요나손이 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100세 생일날 슬리퍼 바람으로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탈출한 노인이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손에 넣고 자신을 추적하는 무리를 피해 도망 길에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줄거리 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비교해 보면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는 유머러스하지만, 주제는 좀 더 무거운 편이다.

책에 나온 글 중 주제와 딱 맞는 내용이 있다.

"낙엽 지는 황혼기를 맞아 인생을 조금 즐겨 보고 싶은 노인들이 강도가 되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면 그 사회는 분명 뭔가 잘못된 사회임에 틀림없다"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인 역자 정장진의 말도 같다.

"(소설 속 주인공인) 요양소에서 함께 사는 이 다섯 노인들은 모두 우리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이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노인들만 어렵고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인들이 길거리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진한 키스를 하는 장면을 본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개는 ‘이 노인네들이 망령이 들었나’하며 비웃기 십상이다. (중략) 노인을 인간으로 대접하는 대신 요양소에 격리시켜야 할 대상으로만 본다면, 그리고 힘도 욕망도 없는 존재로 여기는 이런 사회는 일자리가 없는 청년도, 불안한 삶을 이어 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같은 취급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쉽다. (중략)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가 소설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어쩌면 이런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 소와다리 / 256쪽 / 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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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시인 윤동주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년)’가 간행된 이후 지금껏 무수한 판본의 ‘윤동주 시집’이 나왔고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옥중에서 요절한 민족시인 윤동주의 ‘서시’ ‘별 헤는 밤’ 등 주옥같은 시 31편이 수록된 초판본에 유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원고를 더해 서거 10주기를 기념해 1955년 발행된 증보판을 그대로 복원한 시집「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 최근 나왔다.

지난 9일 출간돼 2월 첫째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7위에 바로 오를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일부 서점에서는 일시 품절될 정도라는 소식도 들린다.

초판본 백범일지 
백범 김구 / 지식인하우스 / 424쪽 / 9천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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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국민 교양서로 손꼽히는 백범 김구의 자서전 ‘백범일지’가 첫 모습을 드러낸 1947년 국사원(國士院) 출간 초판본 디자인 형태로 최근에 복원·출간됐다.

권두에 22면의 화보와 세로쓰기 국한문 혼용의 초판본을 그대로 복원한 게 특징이다. 또 상·하편과 말미에 수록된 ‘나의 소원’도 그대로 나온다.

「초판본 백범일지」는 김구 탄생 올해 140주년을 기념해 출간됐다.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의 국무령이 된 후 1928년부터 쓰기 시작한 ‘백범일지’는 일제 침략이 심해지고 독립의 희망이 점차 약해지면서 고국에 있는 아들에게 남기는 유서 형식으로 집필된 책으로 유려한 문장과 함께 민족주체성의 교본과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은 온 국민의 필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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