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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몽골 ‘인천희망의숲’ 추진위원회 실행위원장
한겨울에 3일간 춥고 4일간 따뜻해지는 현상이 어느새 사라졌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인 ‘삼한사온’이 그나마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회자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4일 32년 만에 혹한이었다는 말조차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영하 18℃까지 내려가자 방한복이 불티나게 팔렸단다.

작년까지는 추워야 영하 15℃ 정도였는데 3℃ 더 정도 내려가자 엄청난 한기를 느끼고 있다. 몇℃ 차이로 주위에 독감 환자를 많이 만나게 된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시베리아 지방의 저온 공기가 남으로 내려와 펼쳐진 한랭전선 때문이란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소용돌이(polar vortex)가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엘니뇨에 의해 약해진 사이를 비집고 내려와 며칠간 엄동설한을 만들었다. 이런 날씨로 인해 몽골은 밤에 영하 40℃를 밑도는 ‘조드’가 계속 됐다.

낮 기온 영하 27℃, 밤에는 무려 영하 42℃란다. 이 정도면 맨손으로는 문고리를 잡을 수도 없다.

실외에 주차한 자동차는 꽁꽁 얼어버려 다음 날 시동이 걸릴 리가 없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시는 보드카는 추위를 극복하기는 하나 다음 날 아침 거리에서 동사된 채 발견되기도 한다.

 추위와 죽음이 직결된 곳이다. 몽골에서는 겨울밤 지나가는 사람이 관광객이건 현지인이건 입에서 술 냄새만 나면 곧바로 경찰서로 끌고 가 하룻밤을 재우는 광경이 벌어지는 곳이다.

 엄청난 눈보라와 혹한을 가져오는 겨울에 ‘조드’가 몰려오면 가축 수백만 마리가 죽게 된다. 몽골 전체의 가축 가운데 약 10% 가까이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다.

가을에 건초를 확보해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게 되는 대단위 목축농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방목을 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가 그곳에서도 펼쳐진다. 가을에 충분한 먹이를 섭취하지 못한 가축은 물론 건강한 가축들도 추위를 견디다 못해 객사하게 된다.

 배고픔에 이 가축들이 초원의 뿌리마저 먹게 돼 봄철 사막화와 황사 발생의 근원을 더하게 한다.

가축의 주검은 독수리나 여우, 늑대의 훌륭한 겨울 양식이 돼 건강한 자연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점차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몇 마리의 가축에 의존하는 가난한 몽골인 가족은 이렇게 가축이 줄어들게 되자 다른 살아갈 방법을 찾게 된다. 살기 위해 몰려가는 곳이 울란바토르의 외곽 지대이다.

 급속하게 인구가 증가해 국민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 울란바토르의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다. 상수도와 화장실, 그리고 게르에서 석탄에 의존하는 난방으로 인한 공기오염은 일상화돼 있어 정부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도시재생계획은 물론 환경문제의 대부분이 이와 엉켜 있는 곳이 몽골이다. 1923년 30만 명이 거주하도록 설게된 도시에 그 5배가 살고 있어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나 있다.

10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이어지는 겨울은 경제활동의 대부분도 동면이 되나 사람이나 가축은 결코 동면할 수 없는 것은 이런 현상을 더 기혹하게 할 뿐이다.

 지금까지 시민의 정성으로 조림한 약 9만 그루의 나무가 울창한 숲을 만들기 위해 이 추위를 극복하고 있다. ‘조드’가 지난 올 봄에 얼마나 많은 가축의 시체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올해도 인천의 시민들이 몽골에 있는 ‘인천희망의숲’에 또 다른 나무를 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바얀노르에는 어느새 울란바토르로 나갔던 환경난민들이 되돌아오는 분위기이다.

7년째 이어져 오는 조림은 이제 인천의 대표적인 국제협력사업으로 정착되고 있다. 올해는 어려운 재정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편성됐다. 시 집행부와 시의원에게 감사 드린다.

 아직은 일부 시민만 참여하고 있으나 많은 시민이 동참할 기회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 혹한을 극복하고 있는 인천희망의숲이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의 한편에서 어려움을 넘어 미래의 희망으로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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