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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연 부천시 오정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이제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지역구 선거에 뛰어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뛰어야 할 구역이 어떻게 되는지 아직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먼저 갖춰져야 할 국회의원 선거구역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엘브리지 게리(Elbridge Gerry)주지사가 자신의 당이 선거에 유리하게끔 선거구를 분할했는데 그 모양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도롱뇽인 샐러맨더(salamander)를 닮았다 해 반대당에서 샐러 대신에 게리의 이름을 붙여 비판한 데서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 유래했다고 한다.

게리맨더링의 핵심은 상대편의 지지세력을 하나 또는 일부 선거구에 집중하도록 선거구역을 나눠 다른 선거구에서 자당 후보자가 의석을 보다 많이 획득할 수 있도록 지자자들을 배분하는 것이다.

 게리맨더링을 하게 되면 전체적인 유권자의 의사가 그대로 의석 결과에 반영되지 못하고 왜곡된다.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대안들 중 하나가 바로 우리 공직선거법이 채택하고 있는 ‘선거구 법정주의’다.

선거구역을 미리 법으로 규정해 놓음으로써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 즉 게리맨더링을 예방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지난 국회의원선거의 선거구역은 인구편차 2:1 기준을 초과함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았고 작년 말까지를 시한으로 개정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첨예한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아직까지 정해지지 못하고 있다. 헌정상 처음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립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두도록 해 보다 공정한 선거구 획정을 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역 획정의 지연이 가져오는 폐해는 무엇일까? 바로 민주선거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과 형평성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특히 선거구역 개편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새롭게 정치영역에 진입하고자 하는 신인들에게 불공정한 게임이 될 수 있다.

기존 선거구역이 아닌 개편이 예상되는 지역에서의 선거운동은 불법이기 때문에 변경이 예상되더라도 기존 구역에서의 선거운동만을 할 수 있기에 의정활동 등을 통해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에 비해서는 불공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자신을 유권자들에게 알릴 기회가 제한됨으로 인해 국민의 선택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심지어는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 연기론과 선거무효론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예비후보자의 등록 및 선거운동 등에 대해서는 새로운 선거구구역표가 입법될 때까지 잠정적으로나마 종전 선거구구역표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러한 폐해를 줄여 보기 위함이었다.

반면 제19대 국회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한 시민단체가 분석한 ‘제19대 국회의원 입법 현황(2015년 기준)’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의 5배가 넘는 3천500건의 법안이 여전히 계류 중이며 법안 가결률은 12%대에 그쳤다고 한다. 이는 제16대 국회 38%의 ⅓ 수준에 불과하다.

 제19대 국회는 조속히 선거구구역표를 입법화해야 한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입장에서도 필수적인 것이지만 하루빨리 불공정한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 민주적인 선거제도의 핵심은 ‘공정(公正)’과 ‘형평(衡平)’에 있기 때문이다. 공정한 게임의 룰(rule)을 만들어야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는 인정(人政)의 선인문(選人門)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再選擧)." 세상의 근심과 행복은 선거에 달려 있다는 것으로,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 주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전제조건인 민주적인 선거는 공정과 형평이 지켜질 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여야는 공정한 선거게임의 룰을 만드는 데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그들이 늘상 부르짖던 오직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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