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과 계층을 뛰어넘는 음악의 힘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성시연 예술단장(상임지휘자)은 최근 올해의 활동 계획 및 경기필과 함께할 2016년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바그너, 멘델스존&TACTUS’라는 주제로 한 해 동안 총 5번의 마스터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TACTUS(탁투스)는 접촉, 촉각, 영향을 의미하는 라틴어로 말러, 브루크너, 슈트라우스 외에 쇤베르크, 알반 베르크까지 바그너와 멘델스존에게서 영향을 받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폭넓게 다룬다.

당장 오는 3월에 있는 네 번째 마스터 시리즈에는 바그너 ‘파르지팔’ 전주곡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등을 들려준다.

또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을 전곡 연주한다. ‘한여름밤의 꿈’은 멘델스존이 셰익스피어 희곡을 바탕으로 작곡한 극음악으로, 서곡이나 스케르초 등은 자주 연주하지만 전곡을 선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성시연 단장은 "이번 연주에서는 희곡 속 대사를 독일 연극배우가 직접 내레이션하고, 여기에 발레를 더해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 공연마다 신선한 기획으로 큰 호응을 얻었던 경기필이 그동안의 결과물들을 집약한 총체예술을 선보이는 셈이다.

성 단장은 "바그너와 멘델스존이 인종을 뛰어넘어 서로의 음악을 존중했듯이 이념과 계층을 뛰어넘어 하나로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라며 "올 한 해 바그너와 멘델스존 그리고 이와 관련된 작곡가들의 음악을 통해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 거장들의 무대인 ‘명연주자 시리즈’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 평가받는 핀커스 주커만, 이스라엘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슐로모 민츠, 바이올린의 여제 안네 소피 무터가 후원하는 노르웨이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빌데 프랑 등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들과 협연 무대가 계획돼 있다.

이 밖에 세계 오페라극장 주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성악가들과 세계 유명 콩쿠르에서 우승한 젊은 연주자들과의 협연 무대도 관심을 끈다.

성 단장은 "지난 2년 동안 경기필이 기초체력 다지기에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경기필만의 색깔을 찾아 국내는 물론 세계에 나가도 ‘최정상’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도록 입지를 다지겠다"며 "이런 계획 중 하나로 올해 다양한 연주 프로그램과 함께 경기필은 공식적인 레이블 음반 발매를 할 예정으로, 기대해도 좋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개인 활동에 대해서는 "외국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는 계획돼 있지만 국내 다른 오케스트라 객원 지휘는 사양하고 있다"며 "경기필의 예술단장이자 상임지휘자로서 그게 맞는 것 같다. 물론 국내외를 막론하고 저와 경기필을 모두 초청해 주면 고마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2014년 1월 경기필과 인연을 맺은 성 단장은 최근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재계약을 체결해 2017년 말까지 2년간 경기필을 다시 한 번 이끈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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