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110분 / 드라마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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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 개봉 예정인 ‘동주’는 옥중에서 요절한 민족시인 윤동주와 그의 사촌이자 오랜 친구인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인 윤동주의 일생이 이 영화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또 중국 룽징(龍井)에서 태어나 함께 일본 교토로 유학을 갔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함께 죽음을 맞이한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생애도 처음으로 그려져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영화 속의 윤동주는 인간적인 모습 그 자체이다. 그저 시가 쓰고 싶었던 윤동주는 친구인 송몽규가 먼저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것을 지켜보며 속으로 열등감을 삭히는 청년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문예지를 함께 만들던 동갑내기 여학생에게 설렘을 느끼고 창씨개명을 요구하는 상황 속에서 시를 계속 쓰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고민하는 윤동주의 모습과 일제강점기 시대에 신념을 굽히지 않는 송몽규의 모습은 사뭇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렇듯 청년 윤동주의 죄책감과 자책은 여러 대목에서 이어진다.

 영화 속에서 윤동주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의 목소리로 여럿 시들이 소개되는데, 그 중 하나인 ‘참회록’에 그의 고뇌와 시대적인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그때 그 젊은 나이에/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 나온다."

 윤동주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동갑내기 여학생 여진과 나란히 밤길을 걸을 때는 시 ‘별 헤는 밤’을 통해 사랑을 노래하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점점 피폐해져 가는 윤동주가 ‘서시’를 읊조리는 대목에서는 시대의 비극이 관객들에게 와 닿는다.

 이 영화는 전부 흑백 화면이다. 흑백의 영상으로 보여지는 스크린은 일제강점기 시대 두 청년의 삶을 더 현실적으로 보여 주며 관객들에게 아픔을 전한다. "흑백사진으로만 봐 오던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보다 현실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흑백 화면을 선택했다"는 것이 이준익 영화감독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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