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 개성공단에 입주해 이제 막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선 인천의 A기업 대표는 지난 10일 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오후 2시 반신반의하면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소식을 듣고 3시간 만에 문을 닫겠다고 하더니 13일까지 철수한다고 해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다는 게 그의 심정이다. 시차가 있어 아직 해외 바이어에게 ‘클레임’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당장 다음 주부터 줄줄이 잡힌 납품 기일을 맞출 수 없게 됐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가 입주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은 줬어야 했다"며 "북한에 1억 달러의 돈줄을 끊겠다고 했지만 북측 근로자의 체불금, 퇴직금을 비롯해 각종 면세에 대한 배상금이 수억 달러에 달해 협상이 (남측)시나리오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B기업 관계자도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고 했다. 정부가 11일 오전 개성 현지 공장을 정리하기 위한 인원으로 기업당 1명씩 출경을 허용했는데 무엇을 정리하고 어디까지 챙겨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다.

그는 "화물차가 올라가고 물품 반출이 허용되면 최대한 싣고 돌아와야 하는데 북측이 정부의 조치에 맞서 똑같이 강경하게 나올 것이 뻔하다"며 "완제품의 60∼70%를 인천보다 개성에서 생산하는 우리 같은 기업은 이제 끝이라고 본다"고 탄식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 이어 북한이 곧바로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동결을 발표하면서 인천지역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탄식만 쏟아내고 있다.

북한이 하루 동안 개성공단 입·출경과 원부자재·완제품 반출을 허용하는 모습을 지켜본 인천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가 철수 시한(13일)을 연장할 경우 재산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가자 큰 허탈감에 빠진 모습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는 입장이다.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원래 12일까지 머물면서 자재를 빼오려고 했는데 이젠 맨몸으로 나오게 생겼다며 안타까워했다. 기반시설을 차치하고라도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이동할 수 있는 소규모 생산설비를 옮길 수 있게 우리 정부에 철수시한을 늘려 달라고 입주기업들이 요구했던 터라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인천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공장이 재가동되거나 언젠가는 되갚아야 하는 금융 지원(이차보전)이 아닌 투자금액과 영업손실에 기반한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정부가 해 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 완전 폐쇄로 치닫는 상황에서 정부가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는 핵심 장비(설비)와 완제품이라도 싣고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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