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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주필
한반도는 최근 잇따른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거기에 개성공단의 폐쇄가 겹쳐 나라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하겠다.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찾아온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는 배신의 역사인가. 이합집산으로 우왕좌왕 분주한 정치권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난을 극복하는 데 여야가 힘을 모아도 부족한데 정치권은 어제도 오늘도 정쟁을 멈출 줄 모르고 있다.

 배반의 정치이기에 이들에게서 인간의 정리(情理)를 운운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없을 게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의리(義理) 저버리기를 헌신짝처럼 하는 이들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예는 정치권에서는 전혀 이상스러운 것이 아니다. 예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금강석처럼 강하게 뭉쳤다던 동지들이다. 하지만 그토록 단단함을 자랑하던 이들도 이해타산으로 깨지고 갈라져 지리멸렬해 가고 있다.

 명칭만 정당이지 형체는 말 그대로 만신창이다. 이런 모습의 정당이 어떻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평생 동지’라 하고 맹약했던 인사들이 하루아침에 서로 등을 돌리고 싸우는 모습이 가관이다. 현재의 권력과 아직은 오지 않은 미래의 권력과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기회주의자들을 차마 눈뜨고 봐 줄 수 없다.

 국민들은 허탈하다. 이 시대 지성인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벌이는 상대 진영에 대한 막말싸움에 이르러서는 최소한의 인격마저 상실한 광기를 보는 듯하다.

 이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고 한다. 차라리 이익만을 따라가겠노라고 하면 솔직함에 감동할지도 모른다. 정치적 이해득실 앞에 이제는 계파도 없다. 목도하고 있노라니 차라리 ‘연민의 정’까지 느낀다.

 이들은 하나같이 ‘단심가(丹心歌)’를 부르며 충성을 맹세하고 평생을 함께 나가자고 맹약했던 동지들이다. 하지만 시대와 상황이 바뀌었다 해 하루아침에 ‘하여가(何如歌)’를 부르며 변절하기를 여반장으로 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다.

게다가 한때 뜻을 같이 해 오던 동지를 주적(主敵)으로 삼고 선봉장을 자처, 그 누구보다 앞장서 공격에 나서는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인사들에게 나라의 정치를 맡길 수밖에 없는 국민들이 한없이 안쓰럽다.

 이들의 친소(親疎)관계는 서로가 만난 시간의 다과(多寡)에 비례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보와 이익만이 사고를 지배한다.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며 탈당과 입당을 반복하는 정치꾼들이다. 당명 바꾸기도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쉽사리 한다.

뒤질세라 서로가 앞서서 정치판을 바꾸겠다고 역설한다. 이렇게 말하는 화자(話者)는 어느 판에서 태어나 자랐고 배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정작 주권자인 국민은 도통 알 수가 없다.

 일찍이 동양의 한 정치사상가는 ‘정(政)은 정야(正也)’라 하여 ‘정치는 올바른 것’이라고 했다. 정치의 패러독스이던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다.

 현역 의원들과 다선 의원들은 기득권을 절대로 내려놓을 수 없다고 한다. 공정한 심사를 공언하고 있는 각 정당의 공천심사위원장들이다. 하지만 누차에 걸쳐 지나간 총선으로 미뤄 짐작건대 기대난이다.

 미국 초대 대통령을 지낸 조지 워싱턴은 3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행한 고별사에서 "도덕성은 대중정치의 원천이다"라고 강조하고 정계를 떠났다.

 오는 4·13 총선을 앞두고 출마하는 후보들 면면을 들여다보자. 함량 미달의 정객들이 너무 많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에게 이 나라의 국운을 과연 맡길 수 있을까. 유권자들의 혜안(慧眼)만이 누가 옥이고 모시인지, 돌과 삼베인지를 가릴 수 있다.

 지난 1910년 2월 14일, 106년 전 어제는 안중근 의사(義士)가 동양 평화를 위해 침략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고 이로 인해 사형을 선고받은 날이다. 안 의사는 "國家安危勞心焦思(국가안위노심초사)"라는 불멸의 서예문장을 남겼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나라가 위난에 직면해 있다. 지금 이 시각 국가 안위 걱정으로 잠 못 이루고 노심초사하는 이 누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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